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4년 5개월 만에 성사된 북러 정상회담의 표면적 이유는 과학기술과 경제 협력이다. 회담 장소를 우주 탐사를 상징하는 곳으로 정하고,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힌 건 이런 모양새를 갖추려는 일환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는 첨단 무기 기술을 넘기는 ‘악마의 거래’를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이날 "러시아와 관계는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며 "제국주의에 맞선 러시아의 정의의 위업실현에 함께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북한은 회담 직전 평양 부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기습 발사, 긴장을 극대화시키는 도발도 감행했다.
북러 거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 수출입을 금지한 유엔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란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대북 제재에 동참해온 그동안의 러시아 행보와도 모순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지는 건 러시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려 고립만 초래할 어리석은 시도는 멈추는 게 상책이다.
소원했던 북러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는 건 한반도 안보와 평화의 틀을 바꾸는 중대한 위협이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 후 첫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를 택한 건 이런 ‘전략적 중요성’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1990년 우리나라와 수교하며 삭제된 북러 조약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되살아나거나 군사 동맹에 가까운 북러 신협력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북러 관계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걸 막는 게 우선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선 대중 관계의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 모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만반의 대비책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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