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사중단, 안양지청 지휘부 지시 탓"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62)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연구위원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2019년 6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담당하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수사는 대검의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인 이규원 검사와 관련돼 있다.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모용(冒用·다른 사람 자격을 허위로 서류 등에 기재)하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를 안양지청이 수사하려던 중이었다. 그런데 전국 검찰청 반부패 사건을 기획·조정하는 권한을 가진 이 연구위원이 외압을 가해 안양지청 수사를 중단시키려고 했다는 것이 혐의의 핵심이다.
검찰은 당시 이 연구위원이 직접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전화해 수사 진행 중단을 지시했으며, 반부패부 관계자 등을 통해서도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등 지휘부를 압박했다고 봤다. 안양지청이 이 연구위원의 전방위적인 방해 때문에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검사에 대한 수사 종결은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화와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 등이 합쳐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 승인 여부를 반부패부에 받으려고 한 것부터 문제였다고 봤다. 지침상 안양지청이 이 검사의 비위 혐의를 발견했다면 대검 감찰본부와 수원고검에 보고해야 하지 반부패부 승인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지청장은 윤 전 국장 등의 수사 반대에도 수사팀이 법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정식으로 수사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채 대검찰청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팀이 수사를 중단한 것은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안양지청 지휘부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결론 냈다. 이 연구위원의 외압이 수사팀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수사가 중단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검찰권을 남용한 정치검사들의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