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격 당시 현장 공개… 잔혹함 과시
국제사회에 '이름값' 알려야 자금·인력 유치
"IS, 하마스처럼 강대국 공격 필요성 절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하마스가 당시 민간인 살해·인질 납치 등을 벌이고 중계하듯 선전한 것처럼, IS 역시 무차별 총격·방화를 저지르고 이를 스스로 공개해 잔혹성을 드러내는 등 패턴이 유사했다. 강한 나라의, 민간인을 타깃 삼아,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법 역시 비슷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 '재래식 테러' 칭찬했던 IS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중동 및 유럽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 "IS는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저기술(재래식) 테러' 모델로 치켜세워 왔다"고 전했다. 기습 직후 하마스가 국제사회에서 '이름값'을 올리는 데 성공하자 이를 목격한 IS 등 다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세력도 '강대국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됐다는 분석도 있다.
공격 전후 양상도 유사하다. IS는 자체 선전매체를 통해 22일 공격 당일 현장을 담은 9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다수의 시신이 보이는 가운데 용의자들이 돌격소총을 쏘는 모습 등 잔혹한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하마스도 기습 공격 당시 납치한 인질 영상을 공개하면서 잔혹성을 과시했다. 파키스탄 독립 언론 '호라산 다이어리'의 연구 책임자 리카르도 발레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IS의 전략은 보다 적게, 그렇지만 더 극적인 효과를 내는 공격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를 벌여 얻는 것은 지지세력으로부터의 자금 유치와 신규 대원 모집이다. IS는 탈레반 등 다른 반(反)서구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경쟁하는 터라 국제사회로부터 '악명'을 인정받아야만 계속 세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IS가 2014년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국토의 3분의 1가량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간 갖은 테러로 모은 통치 자금과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 밑바탕에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군의 공세에 2019년 근거지를 잃고 와해된 IS인 만큼 재기를 위해 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한 테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쇄 테러 기폭제 경고도… 서유럽 긴장
모스크바 테러는 또 다른 연쇄 테러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익명의 유럽 정보당국 관계자는 WP에 "가자지구 전쟁에서 분노한 테러리스트들이 이번에는 모스크바 테러에서 영감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특히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7월 파리 하계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둔 서유럽의 긴장감이 역력하다. 프랑스가 국가 안보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 데 이어 이탈리아도 이번 주말 부활절로 이어지는 성주간(고난주간)을 맞아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급진주의연구소(ICSR)의 토레 해밍 연구원은 "서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IS의) 목표물이었다"며 "파리 올림픽을 공격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IS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며, 이미 계획 일부는 실행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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