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않는 尹' 이미지… 총선 앞두고도 반복
"반국가세력" 이념 공세와 9차례 거부권
인력·전략 부재 속 등장한 韓도 스텝 꼬여
국민의힘 참패로 끝난 4·10 총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변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포용과 유연함은커녕 아집과 불통에 갇혔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 전략 부재마저 겹쳐 민심을 돌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①김건희 여사 비등한 논란에도 '사과' 없는 대담
윤 대통령은 2월 8일 '신년 대담' 성격으로 KBS와 마주 앉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민심 악화를 거듭한 끝에 짜낸 궁여지책이었지만, 명확한 사과는 없었고 "박절하지 못했다"는 말만 남았다. '바이든, 날리면' 자막 논란,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건 등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신속한 조치보다는 '야당의 정치적 공격' 탓이 더 부각됐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바뀌겠다'고 다짐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을 처리하고 의대 증원 담화를 발표하는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의 태도는 늘 민심과 거리가 있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1일 "일단 경제가 너무 안 좋은 것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만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렇게 압승하지는 못한다"며 "이종섭 대사, 황상무 수석 논란과 조국혁신당 등장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②"반국가세력" 공세와 9차례 거부권
지난해 6월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들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후 작심한 듯 '반국가세력' 공세를 이어갔다. 절실한 민생은 뒷전이고 이념 대결이 앞을 가렸다.
야당과 국회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극한 대결' 이미지만 묻어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남을 끝내 외면하면서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범죄 피의자'로 본다는 인식만 강해졌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는 비판에 행사한 거부권이 9회에 달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거부권을 그렇게 행사할 것이라면 먼저 총선에서 압승할 계획을 세우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니 3대 개혁도, 의료 개혁도 할 수 있게 국민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계속 강자의 이미지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③조급한 한동훈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비정치인 검사 출신'인 한 위원장이 총선 선봉에 섰다.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결국 핵심 친윤석열계 인사들에게 주요 공천 자리를 내줬고, 활력을 불어넣을 새 인물은 부족했다. 조급함 속에 선거 전략은 꼬였다. 이 교수는 "전략이 갈팡질팡했다"며 "이·조 심판 구호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대구·경북(TK) 등 보수 텃밭을 훑으며 영남권은 지켜냈지만 중도층이 이탈하면서 수도권과 충청에서 대패했다.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총선 2주 전 갑자기 꺼낸 것은 충청 민심을 설득하려는 전략이 얼마나 허술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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