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일대 순찰 함께 돌아보니
"제복 자주 보여 방범 효과" 긍정 반응
조직 내에선 "파출소 충원 배제" 불만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부활한 경찰의 기동순찰대가 재출범 50일을 맞았다. 전국에서 2,668명의 대원들이 순찰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우범지대 곳곳에 투입되면서, 범죄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자체 평가다. 다만 조직 내부적으론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 부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인력을 또 빼서 새로운 조직을 만든 것일 뿐"이라는 불만도 여전하다.
한국일보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기동순찰1대 대원들의 순찰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각 팀당 8명으로 조를 이룬 대원들은 돈의동 쪽방촌, 익선동 카페거리, 종로 귀금속상가 일대를 도보로 순찰했다.
기동순찰대는 경찰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올해 2월 형사기동대와 함께 각 시·도경찰청에 설치된 조직이다. 지난해 신림역과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2014년 신설됐다가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2016년 폐지된 적도 있었다.
현장에서 본 기동순찰대는 직접적인 범죄행위에 대응하는 것 외에, 범죄 발생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었다. 골목골목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작동 여부를 관제센터와 교신으로 확인하는 한편, 쪽방촌 주민들의 안부를 묻거나 외국인 관광객에게까지 불편함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과 접촉 기회를 늘려 함께 문제를 발굴하고 치안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하거나 거리에서 음주하는 시민들을 제지하는 등 우범지역의 환경 개선에도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김용혁 서울청 기동순찰1대장은 "취약지역을 분석해 주기적으로 순찰 경로를 재설정한다"면서 "깨진 유리창과 담배꽁초 무더기 등 사소한 주변 환경이 범죄를 유발하는 요소가 되는 만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보순찰을 하면 차량순찰로는 보기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고시원 총무의 제보로 수배자를 검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주변 상인과 시민들 또한 자주 눈에 띄는 '경찰 제복' 효과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근 쪽방촌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A씨는 "관광객도 많고 음주하는 사람도 많은데 경찰관이 주기적으로 순찰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공창후 종로귀금속생활안전협의회장도 "경찰의 빠른 대응으로 손님을 가장해 물건을 훔쳐가는 범인의 신속한 검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기동순찰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신설 이후 지역 현장 경찰관 증원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오히려 치안 최전선인 지구대·파출소 인력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기동순찰대의 취지는 좋지만 성과를 올리기 위해 수배범 잡기에 열중하거나 주민들 '민원처리반'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면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지역경찰은 뒷전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고급 경찰 인력을 길거리 순찰에 투입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중복되는 업무를 전문화해 순찰은 지구대·파출소 인력 증원으로 풀고, 기동순찰대는 강력범죄 대응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은 △지역경찰은 112신고 대응에 △기동순찰대는 치안 사각지대의 범죄예방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며 차이점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력범죄, 집단폭력, 대형 재해 등 긴급 112신고에 대해서는 기동순찰대도 즉시 출동해 초동대응 역량은 한층 강화됐다"며 "또 기동순찰대는 시·도경찰청에 소속돼 있어 관할 경계 등 범죄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고, 기동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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