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 전반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경호처 간부의 비위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방탄유리 시공업체와 유착해 수의계약은 물론 ‘공사대금 부풀리기’를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애초 2022년 대선 직후 정권이양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이전계획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는 논란을 겪은 바 있다. 그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라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감사원은 해당 업체가 공사비용을 10억 원 이상 부풀렸고, 계약 관련 업무를 맡았던 A씨가 이를 묵인해 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호처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한다.
국고 손실도 문제지만 보안과 안전성은 물론 공직기강의 상징과 같은 곳에서 부패 혐의가 나왔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국가기관이 아닌 시민단체가 공사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며 ‘국민감사 청구’로 시작된 사안이다. 2022년 10월 참여연대가 제기해 그해 12월 감사원은 외부위원이 참여한 심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실 이전의 결정 과정 및 건축 공사의 부패행위 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야당으로부터 ‘전 정권 표적감사’로 공격받은 감사원이 현 정부에 대해 진행하는 사실상 첫 감사라는 상징성도 크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는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멀쩡한 청와대 시설을 두고 왜 세금을 낭비하느냐'는 여야 대립 속에 국론 분열까지 갔던 사안이다. 그런 만큼 한 치 책잡힐 일을 피해야 함에도 구체적 비위가 발생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는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한남동 관저 공사 일부를 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롯된 것이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이번 감사기간을 5월 10일까지 연장해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무려 5번이나 연장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란 것이다. 감사원이 또다시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철저한 감사로 정치적 잡음과 억측을 초래한 의혹의 진위를 가려내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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