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의 흡수 합당 절차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조만간 연대세력들과 만든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해체해 당선자들을 각자의 정당으로 복귀시킬 계획이다. 창당한 지 불과 두 달도 안 된 거대 여야의 위성정당이 선거보조금만 챙기고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은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위성정당은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성안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산물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승자 독식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후 위성정당이란 거대 여야의 꼼수로 인해 취지가 무색해졌다. 위성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들이 총선 후 거대 여야에 재입당하면서 소수 정당이 가져갈 의석만 빼앗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해를 알면서도 여야는 지난 4년간 선거법 개정에 손을 놓고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폐지를 공약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진영 대결을 위해 약속을 번복했다.
한시적 존속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거대 여야가 꼼수를 반복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은 각각 28억400만 원과 28억2,700만 원의 선거보조금을 수령했다. 합당 시 보조금은 모(母) 정당으로 귀속된다. 세금 낭비를 견제해야 할 정치권이 하나의 당을 두 개의 당으로 쪼개면서 혈세를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무효표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4.4%를 기록한 것은 위성정당과 비례대표 정당 난립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22대 국회는 반드시 준연동형 비례제를 폐지하거나 위성정당 창당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정치적 다양성 보장이라는 비례대표 취지를 되살리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 총선에서도 의석수 확보라는 현실론에 부딪혀 위성정당 창당이란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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