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4·10 총선 낙선자 간담회
"혁신형 비대위→전대 룰 변경" 의견 다수
윤재옥 "다양한 의견 듣고 결론" 즉답 피해
4·10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총선 당선자들이 '관리형 비대위'로 뜻을 모은 것과 달리, 더 적극적인 체질 개선과 민심 반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영남권 당선자 중심의 당 주류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혁신형 비대위 필요"... '관리형' 윤재옥에 제동
국민의힘은 19일 국회에서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주재로 총선 낙선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부분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수도권과 충청, 호남 출마자들이었고, 영남 낙선자는 지역구를 옮겼던 조해진 의원 등 극소수였다. 이들은 점심시간을 넘겨 3시간 15분 동안 36명이 총선 참패 관련 발언을 이어갔고,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화기애애하게 셀카를 찍으며 초선 당선자 소개로 1시간가량을 보낸 16일 당선자 총회와는 정반대 모습이었다.
간담회에선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던 오신환 전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관리형 비대위로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맞느냐"며 "상식 수준의 변화 정도로는 당의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진갑에 도전했던 김병민 전 최고위원도 "4년 전 총선 참패 이후로 어떤 변화를 거치면서 절박함으로 국민께 나아갔는지 복기할 필요가 있다"며 2020년 '김종인 비대위'와 같은 쇄신을 촉구했다. 앞서 당선자들은 대구 지역구를 둔 윤 권한대행을 위원장으로 하는 '관리형 비대위'에 무게를 실었는데,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비대위 성격은 차기 당대표 선출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번 비대위원장의 핵심 역할이 '룰 세팅'을 포함한 전당대회 준비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에 따라 전당대회 룰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낙선자들은 현재 '당원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을 '당원 50% 여론조사 50%' 등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던 이재영 전 의원은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당심은 선거에서 필패"라고 했다.
수도권과 영남권 출마자들의 인식 차이도 여러 번 지적됐다고 한다. 서울 노원을에 출마했던 김준호 전 선임비서관은 "몇몇 당선자는 '영남 민심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수도권이든 영남이든 '우리가 이렇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지 정치인이 '영남권은 이렇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 낙선자는 '당선자 총회에서 하하호호,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참담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그밖에 지난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 등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옥 "방향 안 정해" 즉답 피해
하지만 낙선자들의 요구를 당 지도부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윤 권한대행은 '혁신형 비대위' 요구에 "당선자 총회에서는 실무형 비대위 하자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며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정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서 결론 내려야 된다"고만 했다.
윤 권한대행은 수도권, 영남권 의원의 인식차에 대해서도 "인식차를 지역별로 나누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대구시장 출신인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자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내 입장차가 확인되면서 수도권 인사 및 낙선자들의 '세력화'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원외위원장 회의를 정례화해 민심의 전달통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와 3040세대 낙선자 8명은 전날 '첫목회'를 결정해 매달 모여 당 쇄신 방안과 정책·비전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