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민주당 의원 "석유공사, 1월 탐사시추 의결"
산업부 "이사회 거친 시추와 대통령 말한 시추는 달라"
한국석유공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국정브리핑보다 앞서 이미 이사회에서 심해유전 탐사 시추를 의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추진 중이던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이례적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16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열렸던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보다 4개월 이상 앞선 올 1월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유전 탐사 시추를 의결했다는 내용이 담긴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올 1월 26일 자 회의록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당시 동해 심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지역 탐사 시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A이사는 제2의 동해 가스전을 찾는 '광개토 프로젝트'의 명칭을 언급하며 "(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올해 안에 부존 여부가 확인되나"라고 물었고, B이사는 "연말 시추를 개시해 내년 1분기쯤 부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평가정을 3, 4정 더 뚫어 정확한 매장 규모를 평가해야 하고 이르면 4, 5년 뒤 생산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석유공사는 시추선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 11월 용역을 발주한 뒤 올 1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4월 연말 사용할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었다. 보통 본격 시추에 앞서 시추 관련 계획을 이사회에서 잠정 수립한 뒤 시추 1개월여 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세부 계획에 대해 최종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이처럼 석유공사와 소관부처인 산업부가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던 동해 심해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나서 직접 브리핑까지 나선 것이다.
산업부는 이사회에서 의결된 1차 시추 계획과 대통령이 승인한 동해 '5개 공구 시추 계획'은 다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석유공사는 지난해부터 동해 심해에서 1공의 시추를 계획해 왔고 이를 올 1월 이사회를 통해 잠정 확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동해 심해 가스전에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말 1차공 시추를 포함 앞으로 최소 5개 공구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산업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1차 시추와는 별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보고 없이 그동안 시추 절차가 진행돼 온 만큼 동해 심해 탐사 시추 승인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나선 점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모가 큰 탐사자원량이 나온 만큼 대통령께 직접 보고를 드린 것"이라며 "대통령 승인이 없다고 해서 시추를 추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실제 시추에 들어가기 위해 30일 전에 시추 일정과 장소, 시추 필요성 등을 포함한 세부 시추 계획을 세워 산업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석유공사가 12월 진행될 1차 시추 계획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수립해 승인을 요청하면 검토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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