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당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8·18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지며 정치권의 당면과제를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정국현안엔 언급을 피한 채 민생문제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 성장동력 확보, 주4일제 도입, 기후위기 대응 등 마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비칠 만큼 거대 담론에 치중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14년 만에 정권교체 된 사례를 들며 “우리도 새 시대로 가기 위한 중대 갈림길”로 진단했다. 당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정책브랜드인 ‘기본사회’를 피할 수 없는 미래로 규정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재명 추대’로 끝날 듯했던 전당대회가 김두관 전 의원 등의 도전으로 구색을 맞춘 건 다행이다. 그제 출마선언을 한 김 전 의원이 당의 현실을 정면에서 거론한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총선이 이재명 리더십으로 압승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일 뿐이라고 강조한 부분을 이 전 대표는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강성지지층을 “홍위병”이라며 당의 미래에 해가 된다는 지적은 여론의 공감을 얻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정당민주주의 퇴행을 막고 당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김 전 의원에 대한 강성지지층의 공격을 모두가 경계하고 문제 삼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2년 전 이 전 대표와 경쟁했던 박용진 전 의원이 총선 때 ‘비명횡사’(비명계 공천탈락)한 저급한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사당화' 징후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선 공개회의 때 “당의 아버지 이재명”이란 칭송이 나오는가 하면, 최고위원 후보들이 '충성경쟁'에 몰두해 비명계가 전무한 지도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170석 거대 정당이 한 사람의 '사법 방탄'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소한의 견제조차 없는 '일극체제'는 위험하다. 전당대회에서 중도확장을 통해 강성지지층에 좌우되는 현실을 개선할 해법과 대안을 놓고 어떤 논쟁도 마다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한 혹독한 검증과 자유로운 토론이 있어야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민주당 당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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