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얼굴·이름 밝히고 사과 영상 올려
"평생 반성하고 사죄하며 살아가겠다"
"지난 20년 동안 뭐 했나" 진정성 의심
본인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라고 밝힌 남성이 지난 14일 유튜브를 통해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했다. 실제 가해자가 맞다면 얼굴을 드러내고 사과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유튜브 채널 '밀양더글로리'에는 '밀양 성폭행 가해자 A씨 공개 영상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약 3분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이 채널은 2004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지속적으로 공개해왔다.
영상엔 A씨의 얼굴과 이름이 그대로 드러났다. A씨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많이 생각해봤다"며 "저는 20년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해 피해자분께 사죄드리기 위해서 영상을 찍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분께 지금 영상을 통해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영상을 찍기까지 겁도 많이 나고 두렵기도 했고 시간이 좀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숨기고 싶고 더 피하고 싶고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떤 사죄를 하더라도 용서받기 힘들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정말 진심을 담아서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피해자분께는 잊어야 하는 아픈 상처겠지만, 저는 평생 잊지 않고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A씨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시간이 흘러 피해자분이 용서한다면 그때 보상하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피해자분들이 가해자들의 물질적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기프티콘을 보내주시면 피해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알렸다.
사과했지만 '진정성 의심' 대부분
해당 영상엔 하루 만에 1,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가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반응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뭘 했냐", "유튜버들이 신상 공개를 해서 사적 제재를 당하니 반성하는 척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A씨가 말로만 사과를 할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최대한 금전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공개 사과 영상이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며 영상 게시가 성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튜브 운영자는 시청자들에게 "피해자 요청 시 삭제를 위해 영상 다운로드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밀양 지역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만 기소했고, 다른 20명은 소년보호시설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는 공소권 상실 처리되는 등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최근 몇몇 유튜버가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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