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고위관계자 "사문화된 조항, 100% 삭제할 것"
대한축구협회가 그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비판받아 온 'K리그 감독 빼가기' 규정 삭제를 추진한다.
2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축구협회는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후 불거진 논란들을 토대로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운영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운영규정 제12조 2항'을 삭제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감독으로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다 보니 사실상 축구협회가 K리그 현역 감독을 대표팀 감독에 낙점할 경우, 구단은 군말 없이 이를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 사이에선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정에 관련 조항이 있다 보니 누구든 이것이 '걸림돌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론 완전히 사문화된 조항이며, 그렇게 운영되지도 않는다"면서 "(문제의 조항을) 100%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기술파트(본부)에 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정관 변경과 함께 이 조항도 검토를 요청했다"며 "개정안이 나오면 이사회에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그간 해당 조항을 앞세워 K리그 감독들을 대표팀에 앉혀왔다. 지난 2007년 박성화 당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취임한 지 17일 만에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 논란이 됐고, 2014년에는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후임으로 임명해 K리그 팬들의 반발을 샀다. 협회는 당시 전북 잔류 의지를 강하게 표했던 최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맡겠다"며 '조건부 감독 수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빚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해당 조항은 논란거리였다. 사실상 이 규정에 따라 울산 HD는 홍 감독을 내주지 않을 '특별한 사유'가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축구 팬들이 "K리그를 죽이는 조항"이라고 날을 세우는 이유다. 한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팀에 필요한 선수는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전술·전략 짜기 등 모든 것을 감독 지휘하에 진행하는데, 시즌 도중 갑자기 감독을 내놓으라 하면 구단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근거 조항이 있다 보니 저항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규정 개정 시기는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일단 남은 6개월간 전력강화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들을 다시 정리하고,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진행한 뒤 규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정안이 나오면 이사회를 거친 뒤 정기총회에 올려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1월 총회를 마친 뒤에야 개정안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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