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CA협의체 중심 경영 공백 최소화
"AI 신사업·미래 비전 빠른 구체화 필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당분간 카카오 그룹의 2인자인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23일 이른 오전부터 카카오와 계열사 주요 경영진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 구속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카카오의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옥중에서 어느 정도 경영에 관여할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카카오에선 CA협의체의 역할이 커질 듯하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 부재로 인한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 강화해 온 조직"이라며 "특히 언론계와 법조계 인사를 꾸준히 영입해 그룹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CA협의체는 카카오가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를 본뜬 협의체다. 각 계열사의 운영 상황 전반을 관리하고 신규 투자 집행이나 각종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CA협의체는 현재 공동 의장(김 위원장·정 대표) 산하에 경영쇄신위원회(김 위원장), 전략위원회(정 대표),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이나리 위원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권대열 위원장), 책임경영위원회(정종욱 위원장) 등 5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어깨 무거워진 정신아… "경영 능력 보여야 할 때"
무엇보다 정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 대표는 3월 카카오 대표로 취임했지만 현재까지는 처음 기대했던 만큼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의 쇄신 작업은 김 위원장 중심으로 이뤄져왔고 정 대표는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구상이나 구체적 비전을 발표하지 못한 상황이라서다. 정 대표는 2023년 12월 내정될 당시부터 40대 여성으로서 소통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받았는데 '스톡옵션 먹튀' 임원을 재선임하는 등 회전문 인사로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에는 3040세대 젊은 남성 리더들이 많은데 정 대표가 이들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 회계 의혹 등은 그룹 전체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 대표가 잘 대처해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총수 공백을 최소화하고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업계에선 카카오가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딛고 2분기(4~6월)에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AI 기반의 신사업과 구체적 미래 비전 제시가 없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는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8월 8일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위기 대응 계획과 신사업 구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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