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대책위, 오후석 행정2부지사 태도 문제 삼아
어제 희생자 월급 산출 등 일방 설명하다가 원성
"이달 3일·5일에도... 말릴 때까지 노려보기도"
오 부지사 "고압적 태도 취할 자리 아녔다" 반박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아리셀 화재 사고 유가족들에게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법률지원단과 희생자 유족들은 3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리셀과 행정기관의 불성실한 피해 보상 행태를 비판했다. 특히 오 부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피해자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유족을 사람으로 보는 것 같지도 않다"고 맹비난했다.
지난달 24일 사상자 31명을 낸 아리셀 화재 사고는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했고, 오 부지사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경기도 지원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희생자 빈소를 조문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오 부지사에게 "유가족 입장에서 재난 대응과 지원 대책,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전날 오 부지사와의 대면부터 문제 삼았다. 처조카 김재형씨를 잃은 공민규씨는 "어제 오후 2시 10분쯤 경기도와 시흥시에서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설명하겠다며 찾아왔다"면서 "이 자리에 오 부지사가 예고 없이 함께 들어와 희생자 월급 산출 내역 등 예정에 없던 내용을 강제로 설명하려 했다"고 전했다. 시민안전보험은 화재, 자연재해, 대중교통 사고 등에 대비해 지자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보험이다.
유족들은 시민안전보험과 관련한 실무자 설명을 듣기로 예정된 자리라며 오 부지사의 설명을 거절했다. 희생자 월급 산출 내역 설명에는 산출 근거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오 부지사는 "나는 설명을 할 테니 듣기 싫은 사람은 나가라"고 말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유족과 아리셀 참사 대책위원회가 재차 반발하자 결국 오 지사는 설명을 마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공씨는 "가족을 잃은 유족을 이런 식으로 겁박하는 건 사람으로 안 본다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오 부지사 측은 "고압적 자세를 취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설명회를 하려고 하니 관계없는 분들은 나가셔도 좋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유족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대책위에 계신 분들은 유족이라기보다는 민주노총 등 외부 기관에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대책위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유족 측은 오 부지사의 이런 태도가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률지원단 소속 손익찬 변호사는 "7월 3일 오후 2시쯤 정부 합동으로 참사 관련 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유족들과 논의를 정리하고 있었다"며 "설명회 시간이 되자마자 오 부지사가 들어오더니 '지금 설명을 안 들을 거면 돌아가겠다'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정부 설명을 안 듣겠다는 게 아니라 논의를 정리하고 있었을 뿐이고 중국 동포들도 정부 설명을 듣고자 모여 있었다"며 "그걸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돌아가겠다는 태도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달 5일 사고 발생 11일 만에 열린 대책위와 사측의 첫 번째 교섭 현장에서도 유족들이 "당사자가 아닌 분들은 나가 달라"고 요청하자 오 부지사는 30초 넘게 유가족을 노려보며 감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법률지원단 신하나 변호사는 "한참을 째려보던 오 부지사는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말리니 그제야 자리를 떴다"며 "변호사인 나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는데 유족들은 오죽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피해자와 유족 지원에 책임이 있는 주체"라며 "강압적이고 고압적 태도로 유가족을 압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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