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반(反)노동 발언 등으로 인해 후보 지명 이후 노동·사회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데, 청문회는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자질 논란만 키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잘못됐다”는 말로 논란을 빚고, 2년 연속 실질임금이 감소한 데 대해 “처음 듣는다”며 기본적인 현안 파악도 안 된 모습이었다.
야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자, 그는 “그분이 뇌물죄로 구속된다면 나도 뇌물죄”라며 “그분은 정말 뇌물을 알지도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탄핵은 잘못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 일치 결정이 내려진 사안조차 명확한 근거 없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을 장관으로 등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김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 “불법 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자 “청년기의 말과 지금의 말, 국회의원 때의 말, 도지사 때 말과, 청문 절차를 받고 있는 김문수는 상황 자체가 많은 차이가 난다”며 의중을 알 수 없는 답변으로 회피했다. “상처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으나, 어떤 발언에 대해 누구에게 사과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의료기록 제출 요구도 거부했다고 한다.
특히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는데 정상인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실질임금이 감소한다는 말씀을 제가 처음 들었다. 우리나라는 임금이 상승하고 있고 실질임금은 상승하고 있다”고 사실이 아닌 답변을 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2022년과 지난해 연속 후퇴했다. 김 후보자는 작년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해 “노조가 없고 핸드폰 사용을 못하고 평균임금(연봉) 4,000만 원이 안 된다. 감동받았다”고 했다. 실질임금이 감소한 줄도 모르고 ‘저임금 노동’을 칭송했던 셈이다.
이날 청문회가 노동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응답보다 정치적 공방으로 흘러간 측면은 아쉽지만, 정치·노동 현안 모두에서 김 후보자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우려를 임명권자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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