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 체제’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MBC 대주주) 이사 6명을 임명한 것을 두고 그제 법원이 임명 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계속 지적돼온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무시한 것에 대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결과라 하겠다. 방통위는 즉시 항고 의사를 밝혔는데, 지금 필요한 건 항고가 아니라 법의 취지를 살린 ‘5인 합의제’의 복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권태선 이사장 등 기존 방문진 이사들이 신청한 사건에서 “단지 2인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건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MBC를 친정부 체제로 바꾸기 위해,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들을 지난달 31일 대폭 물갈이했다. 방통위법엔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 몫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대통령이 지명한 2인으로 일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해 12월에도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방문진 이사 선임을 집행정지시켰다. 8개월이 되도록 방통위 합의제를 복원하지 않고 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방통위와 여당은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나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된 규정을 ‘정족수는 2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문맥상으로 볼 때 최소한의 회의 소집 요구권에 불과하다.
이번 결정으로 현 MBC 경영진은 상당기간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는 항고와 재항고까지 불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다. 설사 방통위를 기형적인 ‘2인 체제’로 쭉 운영해도 된다는 판단을 받아낸다고 한들 과연 그게 ‘승리’인가. 정권이 교체되면 여야의 입장은 다시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것이 뻔하다.
대통령실과 방통위는 ‘5인 합의제’의 엄중함을 새길 필요가 있다. 방통위법이 애매하다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법을 개정하는 게 먼저다. 방통위는 디지털 유해정보 제재를 포함해 방송통신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 장악’을 위해 법이 정한 상임위원조차 임명하지 않는 운영을 국민 누가 납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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