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조항(8조 1항)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6년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족을 사법기관이 인정한 아시아 최초의 결정이다. 한국은 탄소배출량은 세계 10위인데도 기후대응 성과는 온실가스 배출 상위 60개국 중 57위에 불과한 ‘기후 후진국’으로서, 이번 결정을 국가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 등에 반해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사건처럼 권리의 침해가 아닌 보호를 다툴 때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헌재는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2018년 배출량 대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이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 결정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심각한 기후위기 속에서 정부의 부실한 정책은 국민의 환경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헌재가 2030년까지의 배출량 목표는 인정했다고 해서, 정부가 이를 안이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실제로 부족한 탄소감축 목표보다 더 큰 문제는 정해진 목표조차 제대로 지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연평균 탄소감축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인 2027년까지 1.9%에 불과하다. 그리곤 2028~2030년 각 9.3%씩 감축하겠다고 다음 정부로 미뤄놓았다.
이번 기후소송은 2020년부터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의 부모 등이 나서 4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끝에 4년 만에 내려졌다. 청구 취지가 모두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실을 맺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헌재의 결정, 그리고 청구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여기고 기후대응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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