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한미협회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
공화·민주, 반도체 규제-혜택 정책 엇갈려
트럼프 당선 땐 IRA 축소 가능성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반도체 분야 내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흐름은 이어지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배터리 산업 역시 탈(脫)중국 공급망 정책이 계속되겠지만 당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축소 가능성은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미협회와 함께 마련한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에서 산업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정책이 이어지지만 구체적 정책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대선 후 미국의 첨단 산업 정책은 중국의 확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당선자에 따라 정책의 디테일은 다르다고 짚었다. 우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표 칩스법은 2027년 이후 유효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집권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던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칩스법 가드레일 조항을 강화하며 보조금 수령을 위한 투자 요건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칩스법 2.0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 교수는 "반도체뿐 아니라 차세대 통신, 전력, 우주 항공, 군사용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칩스법을 확장 적용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뿐 아니라 동맹국 사이에 연합을 이뤄서 특정 기술 수출을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과 함께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COCOM) 2.0 같은 첨단기술 수출 통제 기구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시나리오다.
트럼프는 고용, 해리스는 기술 선점에 관심
신창환 고려대 교수는 당선자에 따라 미국 반도체 지원 정책의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는 고용 창출 중심의 반도체 기술에, 해리스는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술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천문학적 투자금에 비해 고용 효과가 적은 첨단 반도체 산업을 트럼프 2기 정부가 지원한다면 생산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고용 할당량 등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이어 "특정 분야에서 중국과 화해하는 뜻밖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칩렛(Chiplet·하나의 칩에 여러 개 칩을 집적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미중 기술 교류 및 선별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보조금 정책 진단에서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Gary Clyde Hufbauer)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전망은 국내 전문가들과 좀 달랐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든 칩스법은 바뀌지 않겠지만 트럼프가 될 경우 사회복지분야 지출에 관심을 쏟는 해리스보다 보조금 확대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추가로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만들 경우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내놨다.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는 각국의 반도체 지원 경쟁을 멈추고 공급 과잉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반도체 산업의 주요 관심사는 AI가 될 것"이라며 "고성능 반도체와 인재 확보가 필수인데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 두 가지를 중국으로부터 철저히 차단시키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규제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IRA 혜택 축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 기업과 대학의 공동 연구개발(R&D) 추진, 한국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과 미국 벤처 자본을 연계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유지될 것이고 한국에는 기회라는 진단도 나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두 후보의 정책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의 광물 자원 확보, 소재 가공 및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미국 공급망 분야의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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