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을 건립하겠다며 예산까지 편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제2독립기념관’이 왜 필요한지, 취지가 무엇이고 실제 타당한 것인지 따져볼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충청지역 등에선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3·1절에 “모든 독립운동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와 교육, 문화분야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들을 강조하고 자유와 번영을 역설하면서다. 과거 진보성향 정권이나 역사학자들이 해외 무장독립운동만 지나치게 부각했음을 지적하는 한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보훈부는 지난달 말 총사업비 245억 원을 들여 2027년까지 서울에 새 독립기념관을 지을 계획을 공개했다. 다양한 독립운동 분야를 발굴해 알리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기존 독립기념관과 기능이 중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충남 천안의 박상돈 시장 등은 “독립기념관이 설치된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국민성금을 모아 세워진 독립기념관의 위상이 추락하고 역할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다.
무엇보다 또 다른 ‘역사 갈라치기’가 돼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미 천안 독립기념관에도 국내외 계열별 독립운동이 정리돼 있다. 안 그래도 윤 정부 들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쪼개진 광복절 경축식, 뉴라이트 성향으로 지목된 인사들의 정부·공공기관 대거 등용 등으로 비난 여론이 커진 마당이다.
별도 독립기념관을 짓는다면 국민적 공감대부터 얻는 게 합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2독립기념관 건립은 뉴라이트 역사관 강화로 오해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촉발된 ‘역사·이념전쟁’이 반복되고 수백억 원 혈세마저 낭비된다면 소모적 정쟁을 어떻게 감당할 건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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