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글자 서면 수상소감만 공개
기자회견·축하연 하자는 의견에
한강 "비극 즐기지 말고 더 냉철해지라는 상이다"
출판사들의 기자회견 요청에도 사양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53) 작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 세계의 비극을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수상 발표 하루 만인 11일 서면으로 간략한 수상소감을 전한 그는 12월 노벨상 시상식에서 자세한 소감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11일 한강이 쓴 110글자 분량의 서면 수상 소감을 공개했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며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강은 세계의 전쟁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한강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85) 작가는 이날 전남 장흥군의 ‘한승원 문학학교’(해산토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이) '전쟁이 치열해져 날마다 죽음으로 (사람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10일 저녁 딸과 통화하며 “출판사 한 곳을 택해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 조언했고, 한강은 “그렇게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밤사이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한 작가는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서의 감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작가의) 감각으로 바뀌어 있더라”며 “나만 한국에 사는 수상자의 아버지로서의 감각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 기자회견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아버지가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열려던 수상 축하연도 말렸다. 한 작가는 “여기 이 자리에서 잔치를 벌여서 동네 사람들한테 한 턱 내려고 그랬는데 (딸이) 그것도 하지 말라고 그런다”며 “'제발 그 비극적인 일들(두 개의 전쟁)을 보고 즐기지 말라'고 그러고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고민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 한강 서면 수상 소감 전문 >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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