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미친 개무리" 비난공세 이어가
김여정 늦은 밤 "끔찍한 참변" 담화 발표
대통령실 "일일이 대응 현명치 않아"
軍 "보낸 적 없다" → "확인해줄 수 없다" 입장 바꿔
북한이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를 주장하며 연일 '말 폭탄'을 쏟아냈다. 급기야 '끔찍한 참변'이라는 협박까지 나왔다.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는 '완전사격 준비태세'도 지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와 군은 누구의 소행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무시가 정답"이라고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독이 오른 북한 지휘부를 흔드는 데 주력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대응에 혼선을 주려는 '전략적 모호성'에 따른 것이다. 야당은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11일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사태를 처음 알렸다. 그러면서 외무성을 앞세워 중대성명 형식으로 국제사회에 파장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13일에는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치명적인 대북전단 문제를 내부에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개무리' '괴뢰' 등 온갖 자극적인 언사가 넘쳤고 총을 든 군인들은 적개심에 가득 차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거푸 등장했다. 김 부부장은 12일 담화를 통해 "우리 수도의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강변했다. 동시에 북한은 11, 12일 남쪽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날리며 도발했다.
우리 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북한에 떠넘겼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3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북한의 저런 말은 무시하는 것이 최고의 정답"이라고 일축했다.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이어 북한의 거센 반발에 대해 "흔들리는 내부를 통제하기 위한 긴장 조성"이라며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북한 당국은 주체도 알 수 없는 '무인기 삐라' 하나 떨어진 것에 놀라 기겁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무인기 주체를 여전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동시에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로 맞섰다. 국방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은 북한"이라면서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신 실장과 국방부 모두 '누가' 무인기를 북한에 날려 보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11일 북한이 중대성명을 발표한 직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예봉을 피해갔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전날 "국가 안보 최고 책임자(신원식 실장)의 입에서 나온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도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시인의 의미"라며 "우리가 먼저 (대북전단) 중단 선언하고 북도 중단하라고 촉구하자"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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