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밤 중대 성명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무인기와 낙하하는 물체 사진 등을 공개했다. 12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복 경고 담화까지 냈다. 북한이 터무니 없는 트집으로 군사적 위협을 일삼는 건 새로울 게 없다. 북한의 경거망동과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 군은 철저한 대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 군의 대응 과정에서 혼선이 보인 건 유감이다. 당초 북한 외무성 주장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긴급회의 후엔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북한의 판단에 혼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갑자기 공식 입장이 바뀌면서 당혹감을 느낀 국민도 적잖다. 도대체 누가 무인기를 보냈는지 궁금증과 불안감은 커졌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고 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할 일에 오히려 오해와 의혹만 불거졌다. 만약 남북 대치 상황에서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간 무인기가 넘어가는 데도 군이 이를 알지 못했거나 알고도 방조했다면 이 또한 문제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 북한을 굳이 자극한 것도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신 실장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최고조란 해외의 시각에 “김정은은 가장 잃을 게 많고 겁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정밀 고위력 무기에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취지라도 안보사령탑으론 불필요한 언급이다. 북한이 제멋대로 지껄인다고 우리도 똑같이 맞서는 건 결국 북한의 술책에 말려들 공산이 큰 하책이다. 지난 5월 시작된 북한의 쓰레기 풍선은 이미 6,000개도 넘었다. 북한이 당장 유치한 공작을 멈추는 게 우선이나 우리 정부가 의연하게 대처하면서도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 불안을 줄이는 것보다 나은 상책은 없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