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오픈채팅방 통해 소송인단 모집 중
"학생들만 억울하게 피눈물 흘리는 상황"
연세대 "재시험 계획 없어... 방지책 마련"
연세대 수시 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까지 철저한 경위 파악과 엄정 대처를 주문하자 연세대는 한밤중에 입장문과 함께 재발방지책을 내놨으나 여전히 재시험은 없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봤다는 20대 대학생 A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집단 소송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연세대 논술시험 응시를 인증하고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모인 사람이 현재까지 70명"이라고 밝혔다. 모두 자연계열 논술시험 응시자로 이 중 20명은 고등학생, 나머지는 학부모와 대학생이다. 일부 고등학생은 소송 의사는 있으나 비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소송의 목표는 연세대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 전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받는 것이다. 또 논술시험 자체를 무효로 하는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입시 특성상 합격자 발표가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연세대 논술 전형은 대체로 수능 다음 날 합격자를 발표하기 때문에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빠르게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11월 14일 치러진다. A씨는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는데 이번주 안에는 법률대리인 선임을 마치고 서둘러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A씨가 송사에 나선 건 수험생들이 피해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연세대 논술은 수능 최저기준과 학생부 반영 없이 논술고사 100%로 합격자를 선발하다보니 연세대 하나만 보고 1년을 공부해온 학생들이 많다"며 "그 간절함을 아는데 학교 측 대응을 보면 정말 학생들은 억울하게 피눈물 흘려야 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가 공정성 훼손에 대해 바로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소송 참여자들도 A씨 의견에 공감하며 분노를 표했다. B씨는 "자연계열 논술 시험지가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건 명백한 유출"이라며 "그걸로 누가 어떤 이득을 봤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학교가 당락에 문제없다고 못 박는 논조의 입장문을 발표하는 건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송 참여자도 "원인은 대학의 관리감독 소홀이다. 피해자들은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 학생들로 원인 발생자는 아무 처벌이나 손해가 없고,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세대, 재발방지책 발표... 경찰 수사 착수
연세대는 전날 밤 재발방지책을 담은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되어 입시의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의심스러운 상황을 모두 해소시키는 것이 대학의 의무라고 생각해 사법당국에 한 점 의혹 없는 조사와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험관리시스템 재점검 및 공정성 훼손 우려 제거 △감독위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실수 발생 시 대비를 위한 프로토콜 강화 △고사장 지정좌석제로 변경 △문제오류 방지를 위한 사전검토 강화를 재발방지책으로 제시했다.
경찰 역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연세대는 문제지 등을 불법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들에 대해 신원이 특정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유출 1건씩과 특정되지 않은 4건 등 6건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연세대는 사진 속 문제지, 답안지 필기 내용 등을 토대로 유출자의 신원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논술 시험에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등 전반에 대해서도 이날 오전 중으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열린 한 고사장에서는 감독관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65분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때 시험 전 온라인에 문제 일부가 유출돼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는 관리·감독상의 실수가 있었으나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객관적인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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