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 여사 측근 실명 언급하며 인적쇄신 요구
강훈·김오진 등 대통령실 출신 낙하산도 반대
한동훈, 브리핑 계획 무산… "예상 밖 일 벌어져"
"당대표가 대통령실 대변인도 아니고, 알맹이 없는 얘길 하려고 브리핑을 자처했겠나. 일말의 성과나마 있을 걸로 기대했는데..."
22일 친한동훈(친한)계 당직자가 전날 빈손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면담 결과에 대해 한 얘기다. 직접 브리핑까지 고려했던 한 대표는 면담 이후 본인의 발언 내용 일부만 박정하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뒤 귀가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한 대표 입장에서는 소득 없이 직접 브리핑에 나설 경우, 윤 대통령 입장만 대변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관측이다.
이날 추가로 공개된 면담 내용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박 비서실장이 공개한 내용보다 상세한 요구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실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통하는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요구할 때도 '한남동 라인'으로 통하는 8명 정도의 실명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아주 비중 있게 인적쇄신 문제를 얘기했다"며 "10명 가까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분들이 지금 왜 문제인지 설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주요 공기업 임원 후보에 거론되고 있는 대통령실 출신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과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의 실명을 언급하며 '공공기관 낙하산은 안 된다'는 얘기도 꺼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언급할 때는 당내 의원 30명 정도를 설득했다는 사실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요구사항이 구체적일수록 윤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대표가 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대부분의 요청 사항에 난색을 표하자, 한 대표 입장에서는 결과 브리핑에 나서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대통령의 답변을 전달하면 그 입장에 수긍한다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큰 기대를 안 한 건 맞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면담 직후까지 서범수 사무총장과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국회에 대기하면서 한 대표의 직접 브리핑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기의 성과를 노린 한 대표의 생각과 다른 대통령실 분위기는 면담 형식에서도 노출됐다. 한 대표는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아 맞은편에 있는 윤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 하지만 애초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에 원탁 테이블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보다 20분 늦게 시작한 면담 시간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위중한 국가안보 사태로 인해 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 영국 외교장관과의 접견 등으로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친한계 측 인사들은 '의도된 무시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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