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8월 22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두 달 뒤인 24일 발표된 실제 성장률(속보치)은 0.1%였다. 5분의 1 토막이 났다. 한은의 경제 분석 능력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오버리액션(과잉 반응) 말아 달라”고 했다. 너무 안일한 태도 아닌가.
한은의 분기 전망 공표는 8월이 처음이지만 앞선 전망도 크게 빗나갔다. 5월 전망에서 2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대폭 끌어올렸지만 두 달 뒤 집계된 2분기 성장률은 -0.2%로 뒷걸음쳤다. 그럼에도 정부와 함께 ‘상저(低)하고(高)’ 전망을 고수했는데 3분기에도 간신히 역성장을 면한 것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4년) 경제성장률 및 6개 지출항목(민간소비, 설비투자 등)별 전망치와 실적치 간 오차율(0.5%포인트 이상)을 따져 봤더니 72.3%에 달했다. 특히 연말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11월 예측조차 28개 항목 중 16개(57%)가 오차가 난 건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한은의 경제 전망은 금리정책의 근간이 되는 것은 물론 정부와 민간의 정책 결정에도 기초 자료로 쓰인다. 전망이 잘못되면 금리 실기를 하고 정부 재정정책이나 기업 투자전략이 정반대로 이뤄질 수 있다. 정부의 지나친 경제 낙관론이 질타를 받지만 한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총재의 인식은 지나치게 방어적이다.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국내 기자단 간담회에서 “분기 수치는 연간보다 변동이 훨씬 크니 일희일비 말라”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물론 전망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위기 의식도 느끼지 않는 건 문제다. 이쯤이면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전망 모델에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깊이 살펴봐야 한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돌봄, 농산물, 대학교육 등 구조개혁을 강조해왔다. 건강한 문제 제기일 수 있으나 통화정책, 경제전망 등 중앙은행 본업에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요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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