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참패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막판까지 혼전을 이어가면서 전 세계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 결탁에 따른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한반도 주변 안보 정세마저 요동치고 있다. 가중되는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우리 외교의 중심축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자민당은 그제 중의원 선거에서 19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공명당의 24석을 합해도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한다. 자민당의 과반 붕괴는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으로, 2012년 정권 탈환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자민당 1강 시대'가 막을 내렸다. 자민당의 참패는 정치자금 스캔들과 고물가에 따른 민심 이반 탓이 크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연정 확대로 집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향후 국정의 안정적 운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온건한 역사인식을 가진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이 약해지면서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에 앞서 안보·경제 협력 강화 및 과거사 문제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 결과도 예측불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심 외교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전보다 강화된 안보·통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울 것이 명약관화하다. 트럼프 당선 시 북미관계뿐 아니라 북러문제를 다룰 때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패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년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는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협력에 올인해 왔다. 전통적 안보 외에 경제안보, 첨단기술, 인적 교류까지 협력을 확대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그 결과물이다. 그러는 사이 북러관계는 한반도를 위협할 수준으로 단단해졌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선 새 총리가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휘청이고 있고, 미국에선 3국 공조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에도 우리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필요하다면 윤 대통령이 야당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외교·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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