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직원 비밀 취급 검증 권한
법률 고문 등 6명 "박탈하라" 제안
"부적격 인사 중책 맡을 수도" 우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백악관 인사 검증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인사 검증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적격자 기밀 접근 우려'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스템 경시 태도'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FBI 권한을 민간 업체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안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소식통 3명을 인용, "트럼프 대선캠프 보좌진이 FBI 심사 없이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들에게 보안 허가를 내어줄 수 있게 하는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FBI는 백악관 직원들의 비밀 취급 자격 관련 광범위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범죄 이력, 정신 건강, 사생활, 약물 남용, 외국 정부 및 기업과의 관계, 재정 상황 등이 평가 대상이다. 혹시라도 인격에 문제가 있거나, 외국 요원들에게 약점 잡힐 소지가 있는 인사들이 국가 기밀에 접근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다. NYT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국가 안보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조사 권한을 민간 업체에 넘기는 방안을 트럼프 캠프의 최고 법률 고문인 보리스 엡슈타인 등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NYT 보도 내용이다. 엡슈타인을 포함해 최소 6명이 해당 제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권고가 실행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맛에 맞는 업체를 골라 자신이 고른 사람들이 인사 검증 절차를 손쉽게 통과하도록 만들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검증 수행 기관을 바꾸는 작업은 대통령 행정명령 규율 사안이어서 의회 승인도 필요 없다.
NYT는 "(FBI 인사 검증 시스템은) 역대 대통령들이 규범을 존중해 자제력을 발휘해 왔던 영역"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적 한계와 전통 사이의 격차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중과 전통'에 의해 유지됐던 시스템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단적 법률 행사로 뒤엎을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FBI와 충돌
이 같은 전환 논의는 트럼프 캠프의 '뒤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1년) 임기 당시 FBI와 비밀 취급 인가 문제를 놓고 수없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FBI가 실격 처리한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에게 2018년 5월 '1급 기밀'(top seceret) 접근권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FBI 평가가 권고에 불과할 뿐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최소한의 견제 장치마저 사라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비밀 취급은 더욱 위험천만할 수 있다는 것이 NYT 해석이다. NYT는 "부적격 인물이 중책을 맡고 기밀을 다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트럼프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이 재기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인물 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건물에 난입했던 사건과 관련해 의회 모욕죄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엡슈타인 등 참모진의 논의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 스티븐 청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NYT 논평 요청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취임식 첫날부터 행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대통령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해당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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