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퇴임 2개월 앞두고 전격 정책 변경
우크라이나 숙원 해소... '효과 의문' 시선도
러시아 보복 및 겨울 공세 가능성에 '촉각'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허용했다.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요구에도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공격 허용을 거부해왔지만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전향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공급하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사거리 약 300㎞) 공격 실효성 의문에다 자칫 러시아의 분노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짙다.
미국의 '결단'... 북한 파병 경고 및 트럼프 대비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내 표적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시작하고도 확전 가능성 때문에 러시아 본토로 쏘는 일은 막아 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바뀐 이유는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에 따른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당장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진입해 교전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가 북한군 1만2,000명 이상을 동원해 대규모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전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풀었다는 것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 후 우크라이나·러시아의 기존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한 측면도 있다.
격앙된 러시아 "3차 세계대전 향하는 길"
다만 에이태큼스가 전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수백 기의 에이태큼스 중 다수가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 내 공격에 소진됐을 수 있고, 미국이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양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에이태큼스 타격 가능 범위 바깥으로 전투기 등 주요 무기를 이동시켜 놓은 상황이기도 하다.
확전 가능성도 우려 요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서방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은 갈등의 본질을 크게 바꾸는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가 싸우게 된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완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러시아에서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블라디미르 자바로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 "미국이 분쟁에 기름을 붓고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숙원 해결했지만... 우크라, '겨울 대공세' 우려↑
우크라이나로서는 오랜 숙원이 해결됐지만 마냥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대공세'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러시아는 17일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미사일 약 120기, 무인기(드론) 약 90대를 동원한 공습을 진행했다. 2022년 2월 침공 이후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력망 파괴는 정전 및 난방 등에 민감한 겨울철 우크라이나 국민을 크게 위축시킨다. 이번 러시아 공격으로 일부 전력 시설이 손상을 입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임시 정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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