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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없는 여의도, 여당엔 좋을까

입력
2024.11.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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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형 확정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적절했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부당함을 주장하는 쪽이라도 마냥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판결이 흡족하든 아쉽든 간에 만약 유죄가 확정돼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막힌다면? 15일 선고를 기점으로 이런 물음이 여의도 상공을 떠돈다. 정치권에 질적 변화가 생겼다. 마치 멀리서 보기엔 멀쩡해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수많은 실금이 가버린 거울처럼 말이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좌절 시 시나리오는 크게 ①이재명2.0 ②야권 분열 ③주류 교체 세 갈래다. ①은 친명계 핵심 중 한 명이 당 주도권을 이어 받아 대선까지 치르는 그림이다. 조응천 전 의원은 최근 "이재명에 점 하나 찍은 사람이 (당의 새로운 간판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 충성 지지자들이 대거 당원으로 합류했고, 지난 총선 이후 의원들도 대다수 친명계로 재편돼 민주당의 토양 자체가 달라진 만큼 비명계 리더십이 들어설 여지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②는 친명계와 비명계가 갈등 끝에 갈라서는 상황이다. 친명계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 1심 판결 직후 비명계의 움직임을 향해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남보다 못한 사이다. 비명계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세력이 약하지만 내년 4월 재보선, 내후년 지방선거 등이 다가올수록 대안 세력을 자처하며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③은 민주당 주류가 비명계로 교체되는 경우다. 신3김(김부겸 김동연 김경수)이나 지난 총선에서 비명계로 찍혀 낙천 또는 불출마한 소장파 정치인들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물론 이들은 지금은 극구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주류는 바뀌고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이 대표도 문재인 정부 때는 차기 구도에서 박원순 안희정 김경수 등에 밀리는 비주류 중 비주류로 자칭 '변방의 장수'였다.

관건은 여당이다. 상황이 ①이나 ②로 전개되면 여권은 반갑다. 하지만 ③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맺은 적대적 공생관계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와 달리 중도층이 윤 대통령 퇴진 운동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를 이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에서 찾는 분석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싫지만 이 대표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도 마뜩지 않아 관망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재명 효과'가 사라진 환경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바뀌지 않으면 중도층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재판이 많이 남아 있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수록 이에 비례해 국민들의 시선은 점점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할 것이다. 야당 대표는 저렇게 탈탈 털리는데 갖은 의혹에 휩싸인 대통령실은 왜 무풍지대냐는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잘못했으면 처벌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여론조사로 드러난 국민 눈높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에 침묵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아무리 쇄신을 말해도 알맹이를 빠뜨린 듯 답답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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