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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사도광산 유가족 앞 '우롱 추도식'은 막아야

입력
2024.11.22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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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이 될 때까지 키워 준 분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

오는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역 감사 축제'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추도식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겠다던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당초 기대했던 '추모'가 아닌, '감사'에 방점을 찍겠다는 그의 말에서 추도식에 참석할 강제동원 노동자 유가족 11명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쩌면 "노역당해준 덕분에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될지 모를 일이다.

어긋난 단초의 원인은 역시나 외교부에서 찾아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까지도 기자들에게 추도식 실행위원회 구성원과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모른다"는 말만 하고 있다. 과거 한일이 공동으로 주관하거나 일본 민간단체가 주도한 조선인 노동자 추도식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때는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협의해 주최자들의 발언과 행사 일정 등을 두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외교부의 협상기관은 외무성이기 때문에 실행위원회의 상황을 잘 모른다"는 핑계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유가족의 참가 비용도 마찬가지다. 과거 정부는 유가족의 입장에 따라 비용 부담 주체를 결정했다. 여비 부담을 '일본의 책임' 일부로 본 유가족이 많을 때는 일본 정부가, '추도식 자체가 중요하다'는 유가족이 많을 때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또는 정부 등이 비용을 부담했다. 이 선례들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계기로 모두 깨지게 됐다. 그나마 우회적으로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유감'을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이 모두 사라졌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추도식 참석자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추도식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낼 추도사 내용도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축하만 있고,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과 또한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일본은 강제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그간 주장도 거짓이 된다. 일본의 식민지배 합법성을 확인하는 자리에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을 세우는 '국가폭력'이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조태열 외교장관,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라도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추도식 직전에 '보이콧'하는 강수까지 둬서라도 일본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침 조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협상 결과를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사도광산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한 추도식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찬성에 따라 우리가 얻어낸 '협상 결과'였다. 그 결과가 사도광산 유가족들에 대한 '우롱 추도식'이라면, 장관은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문재연 정치부 기자

문재연 정치부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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