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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이 박힌 '섬 우주'로 그려보는 우주지도

입력
2024.11.27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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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
이명균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사진1. 미국 아리조나주 사막에 위치한 키트피크 (Kitt Peak) 천문대 전경. ⓒKPNO/NOIRLab/AURA/NSF/P. Marenfeld.

사진1. 미국 아리조나주 사막에 위치한 키트피크 (Kitt Peak) 천문대 전경. ⓒKPNO/NOIRLab/AURA/NSF/P. Marenfeld.



지구 지도와 유사한 우주 지도
은하의 속도를 통해 거리 측정
우주 지도를 음미하는 즐거움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을까? 인간이 태어나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고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우주의 구조는 망원경이 있으면 알아낼 수 있다. 망원경을 사용하여 우주의 지도를 만들어보면 된다. 우주의 지도 만들기는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은하의 공간분포를 조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사람이 사는 지역의 지도를 만들려면 제일 쉬운 방법은 밤에 지구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런 사진에서는 전등이 켜진 곳만 밝게 보이는 데,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대도시는 매우 밝고 넓게 보이며,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바다 같은 곳은 검게 보인다.

지구의 전등과 같은 역할을 우주에서는 은하가 한다. 은하는 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밝은 천체이므로 은하수처럼 오래동안 많은 빛을 낸다. 그래서 은하는 '섬 우주'이다. 섬 우주의 분포를 보면 우주의 구조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은하의 거리가 멀어지면 점점 어두워지고 작게 보이므로, 이를 보기 위해서는 대형 망원경이나 우주 망원경이 필요하다.

하늘에서 은하를 찾아내 그 위치를 측정하여 지도를 만들면 하늘에서 보이는 우주의 2차원 구조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지도에는 가까운 은하와 멀리 있는 은하가 섞여 있어 3차원 구조를 알 수 없다. 다행히도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빠른 원리를 이용,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여 지도를 만들면 우주의 3차원 구조를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망원경이 있으면 의외로 간단하다. 그러므로 망원경은 우주와 소통하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길을 따라 먼 우주에서 오는 빛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사진1>에는 우주로 가는 길이 보인다. 미국 아리조나주 사막의 키트피크 (Kitt Peak) 천문대 전경이다. 가운데 돔 안에 구경 4미터 거울이 설치된 메이알(Mayall) 망원경이 있어 먼 우주를 볼 수 있다. 이 망원경에는 데시(DESI)라고 불리는 분광기가 부착되어 있어 은하 5,000개의 스펙트럼을 한번에 관측할 수 있다. 이를 사용하여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고, 우주 지도를 만든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 천문대의 망원경을 사용하여 우주를 관측하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사진2. 키트피크 천문대를 중심으로 제작된, 우주의 3차원 구조를 보여주는 합성 사진. ⓒDESI Collaboration/KPNO/NOIRLab/NSF/AURA/P. Horálek/R. Proctor

사진2. 키트피크 천문대를 중심으로 제작된, 우주의 3차원 구조를 보여주는 합성 사진. ⓒDESI Collaboration/KPNO/NOIRLab/NSF/AURA/P. Horálek/R. Proctor

올해 많은 천문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까운 우주의 지도가 발표되었다. 우주의 3차원 구조를 보여주는 합성 사진을 보면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다(사진 2). 검게 보이는 전경은 키트피크 천문대로 가는 길의 야경이고, 가운데 건물 사진은 메이얄 망원경이 있는 돔을 약간 크게 한 것이다. 전경 사진에서 밤하늘에 반원처럼 보이는 부분은 은하수이다.

사진 제일 윗부분 파란점과 빨간 점으로 보이는 부분은 우주배경복사 지도이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태초의 빛이다. 빅뱅이후 38만 년이 되었을 때 우주의 2차원 에너지 분포를 보여준다.

돔에서 시작하는 삼색 부채꼴 모양이 은하의 위치와 거리를 여러 색깔로 표시한 우주의 3차원 지도이다. 은하 6만 개의 공간 분포가 표시되어 있어 우주의 3차원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놀랍게도 각 점은 거대한 천체인 은하의 위치를 나타낸다. 빨간색 은하들이 보이는 부채꼴 가장자리까지의 거리는 30억 광년이다. 이 부채꼴은 거대한 우주의 일부를 보여준다. 사진에는 은하들이 고루 퍼져있지 않고 부분적으로 몰려 있는 곳이 많이 있으며, 어떤 곳은 은하가 거의 없어 빈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우주의 구조는 많은 비누방울이 겹쳐 보이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요즘 밤하늘에는 목성이 밝게 빛나고, 붉은 행성 화성과 오리온 자리의 붉은 별 베텔쥬스가 함께 보여 우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매우 좋다. 우주 지도를 생각하며 우주를 음미하면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의 구조를 알고 살아갈 수 있으나 그 얼마나 행복한가.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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