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라면이 우리를 완전케 하리라(Ramen makes us complete·가제).'
한국인의 솔푸드인 라면이 해외서도 통한 걸까요. 라면에 꽤나 진지하고 진심인 윤이나 작가가 쓴 에세이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가 이런 제목으로 내년 영국 독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세계 5대 영어권 출판사인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트랜스월드에 억대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판권 수출 계약을 맺은 건데요. 이 책은 지난해 대만에서도 '나의 라면 타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번역 없이 읽는 세상이니 한국 라면에 대한 예찬을 전 세계인의 언어로 선보이는 것도 더는 놀랍지 않습니다.
이미 다양한 한국 도서가 세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는 낭보가 지난 4월 전해졌죠.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직접 투표해 뽑는 이 부문 1위를 K문학이 차지한 건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 이후 벌써 세 번째입니다.
'출판 한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시아권을 넘어 영미권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데요. 출판사 민음사에 따르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31개국 28개 언어로,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는 17개 나라 16개 언어로 번역·출간됐습니다. 지난 9월 미국 워싱턴에 출장 갔다 40여 년 역사의 유명 독립서점 크레이머스에 들렀는데요. 마침 문학 코너에 눈에 띄게 진열된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K출판은 전 세계를 매료하고 있습니다. 12월 1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캐나다 몬트리올도서전에는 한국 도서 98종이 참가합니다. 다수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정유정 작가, 2021년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받은 윤고은 작가 등이 현지 독자들과 직접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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