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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언론, 동덕여대생 향한 '여혐' 즉각 중단하라" 여성단체 69곳 입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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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언론, 동덕여대생 향한 '여혐' 즉각 중단하라" 여성단체 69곳 입장 발표

입력
2024.11.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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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손해' 프레임화 우려"
"사태 맥락 없애고 본질 왜곡"
"공학전환, 원점서 재논의해야"

동덕여대 교무처장인 이민주 비상대책위원장과 처장단이 2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총학생회 측과 면담을 하기 전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교무처장인 이민주 비상대책위원장과 처장단이 2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총학생회 측과 면담을 하기 전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여성단체들은 동덕여대 재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행동을 비난하는 정치권과 언론 등을 향해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근거한 혐오 표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9개 여성단체는 27일 오후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같이 요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입장문에서 "현 상황을 '불법' '손해'의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채용 성차별까지 시사하는 공공기관장과 기업의 차별적 언행을 규탄한다"며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둘러싸고 '폭력사태' '비문명'을 운운하거나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여대 출신 채용배제' '54억 시위 피해' 등의 말이 정치인과 기업, 언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상황을 소거한 채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생을 학교공동체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학교의 비민주적 행태를 승인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들은 동덕여대 본부에 대해선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커녕, 여전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심각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 문제 제기 겸허히 수용해야"

여성단체들은 또 "학생들의 의겸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짚으면서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 공학 반대 및 총장직선제 등을 촉구하는 학생총회가 열린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공학 반대 등을 촉구하는 대자보 등이 붙어 있다. 정다빈 기자

동덕여대 공학 반대 및 총장직선제 등을 촉구하는 학생총회가 열린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공학 반대 등을 촉구하는 대자보 등이 붙어 있다. 정다빈 기자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이달 초부터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계속되는 동안 학생들을 향한 외부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4호선 타는 서민을 볼모 삼아 뜻을 관철하려는 행위가 비문명인 것처럼 동덕여대 폭력 사태에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발생했는데 그것을 정당한 시위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비문명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16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우영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해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공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23일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든 안 하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재산상 피해 등에 대해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관한 입장문

최근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둘러싸고 ‘폭력 사태’, ‘비문명’을 운운하거나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거’, ‘여대출신 채용 배제’, ‘54억 시위 피해’ 등의 말이 정치인과 기업, 언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상황을 소거시킨 채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생을 학교공동체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학교의 행태를 승인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학생 측은 학교 본부와의 면담에서, 지난 3월 이루어진 학제 개편이 학생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통보의 방식으로 추진된 점, 당시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 도입을 강행한 사례를 들며, 학교 본부의 비민주적 행태에 문제제기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구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남녀공학 전환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반영해야 함을 확인하며 이 과정이 배제된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중앙운영위원회(학생 측 대표)는 11월 21일에 학교 본부와 진행한 제2차 면담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대한 대학 측의 입장문 발표를 약속받고 이후 본관을 제외한 건물에 대한 점거를 풀겠다고 약속하고 총학생회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학 본부 측은 11월 25일 진행된 제3차 면담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폐’는 약속한 적도 없고 약속할 수도 없다며 ‘불법’, ‘법적 조치’ 운운하며 학생들을 겁박하고 있다.

학교는 학교공동체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커녕, 여전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 세력의 참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학생들의 시위를 폄훼하고, ‘(수업 정상화를 위해) 설득이 아니라 학생회에서 명령을 해야 한다’는 반민주적 요구를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학교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비판과 민주적 학교공동체의 회복에 집중하기 보다는 현 상황을 ‘불법’, ‘손해’의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특히 채용성차별까지 시사하는 공공기관장과 기업의 차별적 언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과 ‘손해’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의 성차별적 시선과 태도가, 그리고 이런 담론에 힘 얻은 혐오세력들이 온라인 상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정치권, 언론, 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행태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와 학생 간 평등하고 투명한 의사소통 절차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학생 의견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라. 또한 정치권과 언론은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근거한 혐오 표출을 즉각 중단하라.

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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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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