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최근 일본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26일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와 함께 개최한 '2024 코라시아포럼'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한일수교 60주년 특별기획: 새로운 비전, 상호이익의 모색'이었습니다. 내년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행사였습니다. 올해 코라시아포럼이 전례 없이 해외에서 열린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행사 이틀 전 일본 정부가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을 강행했던 탓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된 데다 '엔저' 현상까지 겹치며 확대된 상호교류가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당장 국내에선 '일본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들이 쏟아졌죠. 일본 언론에서도 '한일 간의 역사문제를 둘러싼 불씨가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아사히신문)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일본의 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반일병 지긋지긋하다'고 비난을 내놓기까지 했죠.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아직 파열의 징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장 도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부야 교차로 한복판에는 K팝 아이돌 르세라핌의 일본 컴백 홍보 광고가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기도 했죠. 도쿄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도 여전히 많았고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반농반진'(반은 농담 반은 진담)으로 회자되는 "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탔는데 입국심사대에서 두 시간 서 있어야 한다"는 일본 여행 후기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입니다.
아직은 살얼음인 사도광산 문제가 한일관계를 파탄할 기폭제가 될지는 불분명합니다. 이에 한일 양국 전문가는 한일이 당장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을 주문했습니다. 다케다 료타 전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2024 코라시아포럼 서면축사를 통해 한일수교 이후 60년간 양국 사이에 험난하고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쌍방의 입장에 서서 지혜를 내고 한 개씩 문제를 해결했기에 오늘날 일한관계(한일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케다 전 간사장은 총무장관을 지냈던 대표적인 자민당 친한파입니다. 박철희 주일대사도 "한일관계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양국 간의 접점을 지금보다 넓히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했죠. 다만, 코라시아포럼에 참석한 대다수 양국 인사는 사도광산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사도광산과 같은 한일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죠. 일본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재일교포입니다. 김이중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은 2024 코라시아포럼에서 "한일관계의 좋고 나쁨은 여러 면에서 재일동포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나 헤이트 크라임(증오범죄)을 유발시켜서 생활 문제가 된다"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단장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로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는데도 이날에는 한국말로 연설을 했습니다. 그만큼 말에 진심을 담았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갈등을 맺고 끊는 것, 그래서 애먼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 모두 한일 양국 정부의 태도에 달린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의 '안하무인'도 문제지만, 윤석열 정부의 '무사안일'도 사태를 키웠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정부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겠습니까. 실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2015년 일본 군함도(하시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후로 불거졌던 갈등을 거론하며 "똑같은 식으로 두 번 연거푸 당했다"며 "일본의 선의에만 기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양국 정부 모두 복지부동이란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눈치만 본다'는 비판에도 일본 정부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또한 28일 한일의원연맹 회장단과 면담에서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를 거론하면서 "생각에 차이는 있지만 한일관계는 미래를 위해 발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갈등을 푸는 대신에 '뭉개고 넘기기'로 양국 정부가 암묵적 합의를 본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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