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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레스타, 겨울의 투명하고 맑은 음색

입력
2024.11.30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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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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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에서 왕자가 주인공 소녀 마리를 들어올리는 동작(리프트)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2017년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에서 왕자가 주인공 소녀 마리를 들어올리는 동작(리프트)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겨울에 어울리는 음색은 무엇일까. 클래식 음악사에서 '멜로디 메이커'로 인정받는 차이콥스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특장점을 지닌다. 그 매력이 만발하는 장르가 바로 발레 음악이다. 당대 발레 음악이 무용을 단순 반주하거나 짧은 소품 일색일 때, 차이콥스키는 거대한 오페라에 비견될 만큼 몸집을 키우고, 발레로부터 독립해 콘서트홀에서 연주될 만큼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이다. 그중 송년에 자주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892년 작곡된 완숙기의 작품이다. 발레의 줄거리를 E.T.A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에서 따왔는데, 어른의 현실을 뛰어넘는 동화적 환상과 모험이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이브, 소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린다. 소녀는 커다란 턱을 가진 왕자 모습을 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는다. 하지만 오빠한테 빼앗겨 인형이 부서져버린다. 상심한 소녀는 밤새 뒤척이다 인형을 돌보기 위해 깨어난다. 그런데 돌연 장난감들이 살아나 호두까기 인형이 멋진 왕자로 변신해 생쥐왕 군대와 용감히 맞선다. 생쥐왕을 무찌른 뒤 소녀와 호두까기 왕자는 과자 왕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별사탕 요정이 두 사람을 환대하며 러시아, 아라비아,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민속무용으로 축제를 벌인다.

소녀와 호두까기 왕자가 과자 왕국에 도착한 순간, '별사탕 요정의 춤'이 펼쳐진다. 이때 신비로운 음향을 가진 '첼레스타'가 등장해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차이콥스키는 이 악기를 1891년,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 "신성할 정도로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새로운 건반악기"라 감탄하며 어떻게 하면 이 육중한 악기를 고향 페테르부르크까지 장거리 이송할지 골몰한다. 게다가 비쌌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려 하지만 외면받는다. 결국 업계의 가장 큰손인 출판사를 간곡히 설득한다. "겨울에 어울리는 첼레스타의 음색은 러시아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다른 경쟁 작곡가인 림스키코르사코프나 글라주노프가 우리보다 먼저 이 악기를 발견해서야 되겠는가."

첼레스타는 업라이트 피아노와 외형은 동일하나 음색은 판이하다. 작은 종소리처럼 투명하고 맑은 사운드가 잔잔한 공명을 일으킨다. 겨울에 어울리는 첼레스타의 음색은 송년 무대에서 사랑받는 '호두까기 인형'에서 별사탕 요정의 춤으로 찬란히 만날 수 있다.


조은아 피아니스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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