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한국 비상계엄에 중대한 관심"… "한일 관계에 찬물" 지적도

이시바·관방 부장관, 서둘러 입장 밝혀
한일 관계 강조했지만… 스가, 방한 취소
외무성 "당분간 양국 외교 논의 어려워"

4일 발행된 일본 주요 조간신문 1면에 '한국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한 기사들이 실려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4일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어젯밤 (한국에) 계엄령이 내려진 이후,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일 관계 개선 흐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언론들도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4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다른 나라 내정에 이것저것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다치바나 게이이치로 관방부 부장관도 "일본 정부는 중대한 관심을 갖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가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다치바나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은 국제사회 파트너로 협력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애써 강조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한일 간 외교 협의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지지·AFP 연합뉴스

당장 이시바 총리의 한국 계획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방한 일정 및 한일 셔틀외교 조율과 관련해 "한국 방문은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만 밝히며 말을 아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이시바 총리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양국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내년 1월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여기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더해 일한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다음 달 중순 방한할 예정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스가 전 총리를 비롯한 일한의원연맹 회원들은 내달 15, 16일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날 계획이었지만 '한국 비상계엄 사태' 탓에 일정 조율 작업을 중단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예상치 못한 일로 일한(한일) 외교(활동)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 계엄 선포 및 해제 소식을 주요 소식으로 다루며 실시간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없고, 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고, NHK는 "야당은 윤 대통령에게 사임을 요구하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태세"라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비상계엄이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