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밝힌다며 계엄군 선관위 투입 정황
대통령이 '무혐의'란 검경보다 유튜브 믿었나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 초대, 차관급에 임명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12·3 비상계엄'이 가짜뉴스에서 시작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평소 극우 유튜브를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3일 밤 10시 30분 선관위에 최초 투입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로, 국회 투입병력(280명)보다 많은 300여 명이 선관위 과천청사와 서울 관악청사, 수원 선거연수원에 진입했다.
계엄군이 느닷없이 선관위에 들이닥친 배경에 의구심이 많았는데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대통령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일부 보수단체와 극우 유튜버들은 총선 개표 조작 의혹 등을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이에 동조해 온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취지다.
부정선거는 극우 유튜버들이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의혹이다. 총선 때마다 보수 후보 낙선 배경에 부정선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극우 유튜버는 4·16 총선을 앞둔 3월 사전투표소 40곳 이상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붙잡혔는데 "선관위가 투표자 수를 속이는 것 같아 확인하려고 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건 검경 수사, 법원 판결로 여러 차례 증명됐다. 경찰은 4·16 총선 부정선거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을 지난 8월 불송치했고 검찰도 경찰 기록을 검토한 뒤 추가로 확인할 만한 사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 총선 땐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은 "정당 추천의 선거관리위원 및 참관인, 공무원인 개표종사원 등 수많은 사람들의 감시 아래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조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부정선거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극우 유튜버들이 의혹을 반복 제기하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종명 성균관대 글로벌융합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제보가 취재의 시작인 기성 언론과 달리 경쟁 유튜버들은 균형적 보도 등 확인 작업 없이 의혹을 퍼나른다"며 "유튜버는 시청자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시청자는 슈퍼챗(라이브 방송 중 진행자에게 채팅을 쓰며 보내는 돈) 등으로 금품을 지불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거나 거짓을 사실처럼 꾸며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제어하기 힘든 '가짜뉴스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행정수반인 윤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며 사실로 믿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개입설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조작설, 이태원 참사 불순세력 개입설 등을 영상으로 다룬 극우 유튜버 '이봉규TV'의 운영자 이봉규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식에 극단적 주장을 해온 유튜버 및 채널 관계자 30여 명이 초청되거나 지난해 차관급인 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극우 유튜브 방송을 하던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교수가 임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도 이태원 참사 관련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윤 대통령이 믿는 것처럼 보여 놀랐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뉴스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개인의 태도도 필요하지만 제도 보완이 없다면 음모론은 계속 성행할 거라 지적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유튜브는 방송이 아닌 플랫폼이지만, 그 영향력의 크기를 고려해 가짜뉴스 등의 규제에 나섰다"라고 소개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정치 유튜브는 사실상의 '신념 산업'"이라며 "진실이어서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믿으니까 진실이라는 메커니즘에서 벗어나려는 이용자들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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