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복귀 의사 있지만 집단적 분위기 속 눈치
빅5 병원도 지원자 한 자릿수 "이 정도일 줄은"
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모집이 9일 마감됐지만 지원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귀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과 같은 집단 조리돌림이 극심한 데다 ‘전공의 처단’ 문구가 들어간 비상계엄 포고령에 의사들 반발이 거세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200여 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년 차 총정원은 3,594명이다. 5대 상급종합병원(빅5)의 경우 서울대병원 105명, 서울아산병원 112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모집한다.
각 수련병원들은 4일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내고 9일 오후 5시까지 원서 접수를 받았지만 젊은 의사들이 선호하는 빅5 병원조차 지원자가 한 자릿수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지원율은 미미하다. A병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1년 차 지원 자격이 있는 인턴 수료 예정자는 이달 5일 기준 102명뿐이다. 올해 인턴(총정원 3,068명) 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기존 인턴 수료자도 지원은 가능하지만 이미 의료기관에 일반의로 취업한 사람도 많아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들은 최종 지원율이 10%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병원 관계자들과 의대 교수 등에 따르면 수련 복귀 의향을 내비친 전공의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 돌아가지 않겠다는 일부 강경파가 득세하는 탓에 복귀를 결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복귀자 명단을 공개해 조리돌림 하는 블랙리스트, 의사 커뮤니티에서 자행되는 신상 털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수도권 수련병원 원장은 “블랙리스트에 올라갈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돌아오고 싶어도 못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와 ‘전공의 미복귀 시 처단’ 포고령도 의사계 강성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의대 증원이 무효화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B병원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공의 채용이 쉽지 않은데 계엄 사태로 반감만 커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22일에는 의사 면허 소지자와 취득 예정자를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인턴 모집도 시작된다. 총정원은 3,356명이다. 하지만 다음 달 치러지는 의사 국가시험 필기 응시자는 304명에 불과하다. 전원 합격한다 해도 정원 대비 10%에도 못 미친다.
다음 달 중 레지던트 2~4년 차 모집도 있지만 아직 정원은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 집단 이탈한 레지던트 9,000여 명은 6월 초 사직서가 정식 수리돼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불가’ 규정을 풀어주는 수련 특례가 없으면 지원할 수 없다. 복지부는 “수련 특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