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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응원봉, 그리고 집회

입력
2024.12.15 22:00
수정
2024.12.16 09: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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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 변호사들과 탄핵 집회에 함께 했다. 뉴진스 등 아이돌 그룹의 팬인 한 동료 변호사는 “집에 응원봉이 3개가 있는데 안 가져와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번 탄핵 집회의 특징은 다채로운 응원봉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동료 변호사 역시 이전에 참여했던 집회에서는 이런 응원봉을 본 일이 없었기에 응원봉 가져올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동료 변호사는 내게 “영롱한 응원봉 물결을 보라”며 감동(?)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응원봉을 유심히 살펴봤다. 색깔도, 모양도 다양했다. 유독 내 눈에 들어온 다이아몬드 모양의 예쁜 응원봉도 있었다. 어느 아이돌 응원봉일까? ‘돌덕’(아이돌 마니아)인 것 같았던 동료 변호사도 모든 응원봉을 알지는 못했기에, 우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참가자에게 물었다. ‘샤이니’의 응원봉이라고 했다. 집회가 길어지면서 요기할 겸 호두과자 카트에 줄을 섰는데, 바로 앞에 남성 아이돌 그룹 NCT 응원봉을 들고 있는 참가자가 있었다. NCT 응원봉은 네모 모양의 투박한 형태였는데, 그 참가자와 ‘디자인은 누가 만드는 것인지’(소속사가 만든다고 한다) 등 응원봉과 덕질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이번 집회와 관련, 젊은 여성들의 참여, 그리고 응원봉 문화에 주목한 보도들이 많이 나왔다. 주변에서도 젊은 여성의 적극적인 집회 참여를 신기해하고, 응원봉에 관심을 보이며 따라하고 싶어하는 어른들(?)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젊은 여성이 집회에 나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신기한 일일까? 문제가 있고, 할 말이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집회다. 젊은 여성도 주권자로서 집회에 참여한 것뿐일 터. 이를 신기하게 여기는 건 한편으로 동등한 주권자 시민 여성들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젊은 여성들의 집회 참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당시 ‘촛불 소녀’라 불리던 10대 여성들이 있었고, '유모차(유아차) 부대'도 있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 등에도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과거로 갈 것도 없다. 최근 한 여대의 상황을 보라.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행동한다. 그러니 젊은 여성들의 탄핵 집회 참여에 대해 지나치게 현상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아야 한다.

응원봉도 마찬가지다. 기성 세대 눈에는 그저 디지털 불빛을 내는 단순한 도구 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생각보다 단순한 의미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향한 사랑의 표현이자 팬덤의 정체성과 연대감을 드러내는 도구이다. 그래서 무작정 아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나가는 것은 이들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가벼운 이해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새롭게 부상한 주류 문화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섣불리 아무 응원봉을 갖고 나가는 것은 진짜 팬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차라리 나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찾아 들고 나가보자. 익숙한 촛불도 멋진 선택이다. 촛불은 그 자체로 클래식이고 빈티지니까. 어설픈 흉내내기는 멋이 없다. 촛불은 촛불대로, 응원봉은 응원봉대로 각자가 가진 정체성과 스타일을 표출하는 광장이야말로 진정 다양성이 존중되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현장일 것이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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