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30년 새 재활용률 20%→60% 증가 등 성과
기후위기·매립지 고갈 등 다중 위기 극복해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2025년은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주년이다. 지난 3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30년을 설계해야 할 아주 중요한 해다. 수도권 지역은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제도 시행(2026년)을 일 년 앞두고 있다. 또,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음료 페트병에 재생원료를 25% 이상 의무 사용하도록 해 국내외적으로 쓰레기 관리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인 쓰레기 위기에 봉착했다. 쓰레기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현대적 처리시설 설치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매립과 소각 중심으로는 쓰레기 처리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었다. 그 결과 1995년 배출량에 따라 쓰레기 처리비를 내도록 하는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배출량에 비례해 돈은 내되 재활용품은 공짜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해 재활용 분리배출은 촉진하고 일반 쓰레기 발생량은 줄이도록 설계했다. 돈을 내고 쓰레기를 버린다는 생각 자체가 없던 시절에 종량제 도입은 대담한 도전이었다.
종량제는 우리나라가 처음 시도한 것도 아니고 우리만 시행하는 제도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험이 독특하면서 위대한 이유는 전국적으로 시행하면서도 짧은 기간에 정착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개인들의 오래된 관행과 인식을 일거에 바꾼 한국인들의 도전과 실행력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종량제 시행 이후 20% 내외에 머물던 재활용률이 지금은 60% 수준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률이다. 종량제는 한국이 자랑하는 제도다. 30년의 성과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렇지만 향후 30년을 생각하면 성과에만 매몰돼 자축의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다. 기후재앙, 플라스틱을 비롯한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자원고갈, 매립지 부족 등 다양한 환경위기가 중첩된 다중위기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정비가 필요하다. 매립지 부족 문제만 생각하면 쓰레기를 태워서 재만 묻으면 된다. 그렇지만 탄소배출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를 생각하면 소각장 건설에만 매몰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순환경제 모델을 빨리 만들어가야 한다.
재활용 체계를 개선하려면 분리배출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단일 그물망 앞뒤로 보증금과 전처리 시스템을 펼쳐 삼중 그물망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재사용·재활용률을 높이고,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의 직접적 책임을 강화하는 보증금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조속하게 정상화하고 페트병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일회용기 보증금제가 재사용 용기 보증금제로 발전하는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재사용 목표 설정, 재생원료 의무사용 규제와 보증금제가 같이 맞물리도록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신·증설 소각시설에 전처리 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직접 매립 금지를 넘어 직접 소각 금지도 검토해야 한다. 종량제 봉투 속 재활용 가능 자원도 소각 전에 다시 한번 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종량제 성과에 취하지 말고 종량제에 버금가는 새로운 도전을 기획해야 한다. 이게 종량제 시행 3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과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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