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커진 정치와 경제 탓에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숨 가쁘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자갈 해변을 찾았다. 이곳은 고향 동네 근처로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 외에는 인적이 드문, 고요함이 가득한 곳이다. 밤의 정적을 깨우는 것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뿐이다. 겨울의 긴 어둠이 드리운 시간, 서서히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곧 해가 뜰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저 멀리 수평선에는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겨울 바다 일출을 제대로 보려면 영하의 날씨 속에 수평선의 해무가 걷혀야 하지만, 검게 변한 해무는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뿐 결국 해는 떠오르기 마련이다. 파도는 일출에 맞춰 더욱 거세게 밀려왔고, 날이 밝아오면서 자갈밭 근처 바위들은 오랜 파도에 닳아 모난 곳 없이 매끄러운 곡선을 드러냈다. 마치 오랜 세월이 거칠고 모난 돌을 정갈하게 다듬어 놓은 듯하다.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가 거센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니, 저 바위들처럼 파도에 맞서기보다는 유연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일출과 함께 자갈밭에 부딪히는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둥글게 닳은 자갈들은 파도에 휩쓸려 서로 맞부딪혀 '달그락 달그락' 작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마치 자연의 노래처럼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준다.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둥글어진 바위들처럼, 우리 또한 세상의 풍파 속에서 단단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은 아닐는지.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 또한 혼란한 이 시기에 진중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겨울바다는 넌지시 우리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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