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여파로 외교안보 일정도 시계제로
'확장억제 회의론자' 트럼프 정부 국방 차관 지명
한미 양국이 12·3 불법 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협의를 완전히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정부가 임기말로 접어든 데다 우리 정부 역시 대통령 탄핵 등으로 긴밀한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그동안 우리 정부가 공들여온 외교안보 정책도 여전히 안갯속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핵심 추진 과제들은 제대로 마무리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와 소통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외교부는 방미 중인 김홍균 제1차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개최하고 한국의 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회담에서 양국 간 향후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했으며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가능한 한 신속하고 상호 편리한 시점에 개최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에 따라 제4차 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등을 연기했다.
다만 국방부는 외교안보 일정 재개에도 NCG 회의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 NCG 회의를 열 수 있냐는 질문에 "조속한 개최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끝나기 전에 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NCG 회의는 지난해 양국 정상이 확장억제 방안을 명시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후 점검해오던 핵·재래식 전력 통합(CNI), 핵 시나리오를 반영한 한미 연합연습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는 2025년 1월 20일까지로 이제 시간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에 양국 간 합의를 제도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회의마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NCG 부정적인 견해' 엘브리지 콜비 차관 지명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바이든 정부와 합의한 확장억제 정책이 유지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를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와 NCG 운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유지해 왔다. 그는 지난해 양국 정상의 워싱턴 선언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맹인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를 북한의 보복 핵공격 위협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며 "불안전한 핵우산"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한국 외교 정책 연속성에 대한 회의적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의 입법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회조사국(CRS)은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내 정치적 위기의 지정학적 영향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고서는 탄핵소추안에 "(윤석열 정부가)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내용이 탄핵 사유로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권 교체 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기조가 뒤바뀔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인 트럼프 당선자 측과 조속한 소통을 통해 우려를 불식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자 측과)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도 소통할 것이고, 이후에는 가급적 조속히 외교장관 등의 수준에서 (한미 간) 대면 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는 바이든 정부와 우리 정부가 합의했던 확장억제 수준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확장억제에 대한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정상외교가 가능해야 트럼프 당선자와 협상이 가능할 텐데 현재로서는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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