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2월 '소비자심리지수' 발표
전월보다 12.3포인트 수직 낙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속도가 관건"
12·3 불법 계엄 쇼크로 이달 소비자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폭으로 악화했다. 꽁꽁 언 소비심리는 탄핵정국이 이어지는 올겨울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18.3)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3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이고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주요 원인은 12·3 불법 계엄 사태였다. 지난달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으로 수출 둔화 우려가 번지면서 잔뜩 움츠러들던 소비심리에, 계엄 선포가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계엄 사태 이후 우리 경제의 시급한 문제로 심리 위축을 꼽은 바 있다. 소비심리가 떨어지면 내수 부진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속화하게 된다. 이 총재가 "심리지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까닭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재경기판단(52)과 향후경기전망(56) 지수가 전월보다 각각 18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현재생활형편(87·-4), 생활형편전망(86·-8), 가계수입전망(94·-6), 소비지출전망(102·-7)도 일제히 내렸다.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103)도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10, 11월 기준금리 연속 인하에도 금리수준전망지수(98)는 오히려 5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금리는 상승한 영향 등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물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가구 90% 이상이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하루 전인 13일까지 취합됐다. "가결 이후에도 (응답 흐름에) 변동이 거의 없었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황 팀장은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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