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업계와 등졌던 첫 임기 때와는 달라
친기업 행보 예고... 실리콘밸리도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출범하는 집권 2기 행정부의 주요 직책에 테크 업계 인사들을 잇따라 기용하고 있다. 첫 번째 임기 당시 테크 업계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4년 내내 실리콘밸리와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다. '트럼프 2.0 시대에는 테크 업계의 영향력이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22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인력 관리를 총괄하는 인사관리국의 국장으로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VC) 업체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매니징 파트너 스콧 쿠퍼를 지명했다. 또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고문에는 스리람 크리슈난이 지명됐다. 크리슈난 역시 최근까지 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제너럴 파트너를 지낸 인물이다. 특히 202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현 엑스)를 인수한 직후, 임시로 트위터 경영을 도왔을 만큼 머스크와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자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켄 하워리를 덴마크 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실리콘밸리의 AI 개발사인 '스케일AI'에서 최근까지 일했던 마이클 크라치오스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에 기용한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와 실리콘밸리의 '밀착'은 지난 7월 실리콘밸리 VC 출신인 JD 밴스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지명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난달 5일 대선 전후 머스크가 트럼프의 최측근 실세로 떠오른 것도 '새 정부에선 실리콘밸리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 같은 예상에 화답하듯 트럼프 당선자는 백악관에 'AI·가상화폐 차르' 직책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명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테크 업계 인사 중용은 일종의 '보답' 성격이 짙다. 실리콘밸리는 본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선 머스크 등 일부 유명 인사가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그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공동 설립자인 마크 앤드리슨도 그 중 한 명이다. VC 출신들이 차기 행정부 중책을 맡게 된 데에는, 트럼프 당선자 측에 공식적으로만 550만 달러(약 80억 원)를 기부한 앤드리슨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백악관 또는 내각에 입성하게 될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사 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리콘밸리도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입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메타 임원 출신인 데이비드 마르커스는 '입각 인사' 명단을 일일이 열거한 뒤, "탁월한 선택"이라고 호평하는 글을 자신의 엑스에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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