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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 대한 '미국의소리'

입력
2024.12.25 17:00
수정
2024.12.25 17:48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과 함께 출연한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선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VOA 캡처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과 함께 출연한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선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VOA 캡처

“나는 이승만입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해내, 해외에 산재한 우리 2,300만 동포에게 말합니다. (중략) 이순신, 임경업, 김덕령 등 우리 역사의 열렬한 명장, 의사들의 공훈으로 강포·무도한 왜적을 타파하야 저희 섬 속에 몰아넣은 것이 한 역사에 한두 번이 아니었나니… (중략) 싸워라! 나의 사랑하는 2,300만 동포여!”

□1942년 여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반도 동포에게 보낸 단파방송 내용이다. ‘미국의소리’(VOA)를 통해서였다. VOA는 그해 2월 독일어 방송을 개시하며 시작됐는데, 한국어 방송은 6월부터 송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VOA는 일제 치하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입소문을 듣고 청취한 이가 늘어나면서, 1942년 말 300여 명이 일제에 체포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2차세계대전 종전으로 존폐 논란에 빠졌으나, VOA는 국무부 국제방송처(IBD) 산하에서 운영됐다. 현재는 연방의회 예산집행에 따라 ‘미국 국제방송처’(U.S. Agency for Global Media) 소속이다. 50개 언어로 제작되는 콘텐츠의 주간 이용자는 3억5,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책의 정확한 전달이 사명이지만, 관련 법에 따라 콘텐츠 제작·배포가 연방정부 간섭에서 자유롭다. VOA 콘텐츠가 보편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국제사회 시각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탄핵정국에서 VOA 메시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내용이 그렇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대북송금 유죄 판결을 전하며, 대북제재의 중요성과 함께 이 대표의 연관성을 보도했다.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부차관은 특별대담에서 “진보 정당은 북한과 관련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이나 동맹 체제 대부분을 희생할 용의가 있다”, “야당은 자기 이익만을 위하고 탄핵 절차를 가능한 한 서둘러서 시간을 단축하려는 것같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는 특정 대통령을 초월한다'며 윤 대통령을 손절한 미국 정부가, 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했던 이 대표의 한층 높아진 집권 가능성을 우려의 시각으로 대비하고 있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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