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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 선처" 호소하던 김용현, 불법 계엄 전면 부정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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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 선처" 호소하던 김용현, 불법 계엄 전면 부정한 까닭은

입력
2024.12.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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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변호인단 기자회견
"모든 책임지겠다"던 태도 돌변...대부분 혐의 부인
"국회 방해·체포 지시 없었다"
내란죄 위계 구도 흔들려는 전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던 이전 태도를 180도 바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하면서 "부하 장병들은 저의 명령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부디 이들에게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날 김 전 장관 측 주장은 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거나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한 군 지휘관들의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이 부하들과 진실게임을 벌이게 된 셈이다. 이에 김 전 장관이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그런 명령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정점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이른바 '윗선 자르기' 전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적법하고 정당한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될 수 없다"며 "전면적·실효적 계엄을 이루고자 했다면 병력을 사전 투입하고 국회 경내 진입을 완전히 통제해 새벽에 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유승수 변호사는 "실제로 국회와 선관위로 나눠 최소한의 병력만 투입했고 실탄을 개인별로 지급하거나 휴대하게 하지 않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일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지 말라는 지시를 명확히 했고,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의원 출입 저지를 전화로 지시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하상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자정 가까운 무렵에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거나 의사 활동을 막지는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계엄사령부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는데 대통령이 특전사령관과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하면 혼선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식의 지시는 내리지 않는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진술"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경고 차원"..부하들은 "체포 지시 있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김 전 장관 측 주장은 지금까지 기자회견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 수사 과정에서 나온 부하들의 증언과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이미 구속된 군 지휘관들은 대부분 일관되게 계엄당일(3일) ①국회의원 활동 제지와 ②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 출동 임무를 맡았던 김현태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단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으며, (재석)150명이 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곽종근 사령관도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이 100~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위(김 전 장관)로부터 지시 내려온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장성은 물론 조지호 청장,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도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③실탄 지급 계엄군에 대한 실탄 지급과 관련한 책임도 사실상 지휘관들에게 떠넘겼다. 지난 19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김현태 단장은 “실제 계엄 사태 당시 가져간 실탄은 1,920발”이라고 털어놨는데, 이는 이날 변호인단이 전한 “실탄을 휴대하지 않게 했다"는 주장과 거리가 있다.

반면 이날 변호인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사령부와 방첩사령부 병력을 투입하려고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선관위에 군을 투입하려던 계획은 선관위가 그동안 검찰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국가정보원 보안시스템 점검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고위 간부 자녀 채용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며 “적법절차에 따른 압수수색에 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버를 포함한 모든 전산장비(6,400여 대)에 대한 접근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하고, 국정원은 중요 전산장비 위주로 보안점검을 실시했다”며 점검 거부 의혹도 일축했다.

법조계는 이처럼 김 전 장관 측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본인 혐의뿐 아니라 윤 대통령 혐의까지 적극 부인하고 나선 것은 위계와 역할에 따라 우두머리(수괴), 중요임무 종사, 부화수행 등으로 나눠 처벌되는 내란죄 구조상 현재 수사기관이 보는 위계 구도를 흔들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권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김 전 장관에게도 내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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