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수사관만 지휘"
'공수처 주도·경찰 지원' 집행 방식 유지
경찰 일각선 "차라리 재이첩을" 목소리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맡기겠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요청을 거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가 경찰을 지휘할 수 없게 된 만큼, 공수처의 요청은 '법적 흠결'이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절차상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나면서 일임 시도는 한나절도 안 돼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경찰 내부에선 "수사에 자신이 없으면 재이첩하는 게 낫다"며 공수처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백동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부단장은 6일 공수처가 전날 보낸 공문('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지휘')에 대해 "내부 법률 검토 결과, 법률적 논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와 사법경찰관 상호협력 수사 준칙'에서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삭제돼 공수처 요청을 따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일반적·구체적 수사지휘권 규정은 삭제됐다"며 '공수처 검사'도 예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47조는 수사 실무에 한해서 일부 예외 조항을 뺀 나머지는 검찰청법을 따르도록 했다.
경찰은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근거로 든 '형사소송법 81조(구속영장은 검사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이 집행)'는 수사권 조정 취지에 따라 좁게 해석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해당 조항은 검사가 검찰 수사관에게 집행을 지휘할 수 있는 제한적 규정이라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도 소속 수사관 지휘만 가능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입장이 확고하자 공수처는 후퇴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두 기관이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다시 발부되면 지난 3일과 마찬가지로 영장 청구 주체인 공수처 검사와 함께 2차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공조본은 이날 오후 늦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하루 만에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지만, 공조본 안팎에선 경찰과 공수처의 협조 체계에 금이 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번진다. 실제로 공수처가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하루 남긴 5일 밤 9시 불쑥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경찰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특수단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 자리에서 공수처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내비쳤다. 한 특수단 간부는 "공수처가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사건을 다시 넘겨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수단 측은 이후 "공수처와 나눈 협의 중 '재이첩 요구'는 없었다"며 "공조본 체제로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수위를 낮췄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