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정 '우리에게 없는 밤'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는 청년들에게 문학도 하나의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 중 빛나는 하나를 골라내기란 어렵지요.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으로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송지현 작가가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독서 자세 추구'를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한국일보>를 통해 책을 추천합니다.
![제57회 한국일보문학상 시상식이 지난달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수상자 위수정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5/01/16/a6387106-dee5-4cd3-892d-b9a71d01c1fd.jpg)
제57회 한국일보문학상 시상식이 지난달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수상자 위수정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소설가 위수정의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에 대해 쓰기로 한 것은 2024 한국일보문학상 결과가 발표 나기 이전이었다. 이 책에 대해 쓰기 전, 아무래도 곧 상을 받는 소설에 관해 쓰는 것은 ‘모종의 커넥션’이 있어 보이지 않겠냐고 담당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 이러한 대화를 나눈 것도 글에 넣자고 이야기했다. 당시에 내가 썼던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사람은 얼마나 외로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잠시간 이 책에 대해 잊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학에 대해 발화할 언어도, 타인이 돼볼 의지도 잠시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많은 일들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시간은 사건과 다름없어서, 인간은 어떤 일을 겪은 뒤로는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과는 같지 않은 마음으로, 그러나 아직 같은 곳에 앉아, 문학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없는 밤·위수정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388쪽·1만7,000원](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5/01/16/79fe01d9-5707-41ec-b00a-990eb47cf5e3.jpg)
우리에게 없는 밤·위수정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388쪽·1만7,000원
“사람은 얼마나 외롭기에 이토록 위악적일 수 있을까?”
위 작가의 소설은 인물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기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독자는 인물의 내면을 통해 그를 둘러싼 주변을 바라본다. 위수정의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해열제를, 젊은 피아니스트를. 그런 인물들의 내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문득 깨닫고야 마는 것이다. 인간의 본능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것과 원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이미 가진 것을 욕망하는 인간은 없다. 위 작가의 소설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중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아무도’의 희진이 물과 해열제, 그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남편이 있던 집에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된 것처럼. ‘오후가 있던 일요일’의 원희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불협화음 가득한 곡을 듣는 것처럼. ‘몬스테라 키우기’의 재순이 재희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욕망하는 한 안정적인 삶은 없다. 이미 가진 것을 욕망하는 인간은 없기에, 욕망은 필연적으로 부재를 인지하게 한다.
채워지지 않음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살게 한다. 인간은 원하기에 살아가지 않던가. 음식을, 지식을, 삶을, 사랑을. 욕망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본능이며, 기나긴 시간 인간을 살아가게끔 한 연료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내내 우리의 빈손을, 빈자리를, 비어 있는 삶을 바라본다.
영원한 부재와 영원한 욕망을 가진 존재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어딘가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언어를 희구하지만, 소리 내어 우는 방법밖에 모르는 아이처럼 욕망하는 모든 존재는 위악적이다. 그러니 당도하지 않을 안취와 평형의 상태를 욕망하며 우리는 내내 외로울 것이다.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드는 눈이 내리는 밤이 우리에게 영원히 오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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