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2017년 우려 속 출범한 1기 트럼프 정권
우려와 달리 더 단단해진 한미 동맹관계
혼란 극복과 경쟁력 회복이 가장 큰 과제
1월 20일 오늘 도널드 트럼프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제2기 임기를 시작한다. 제1기 때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행보로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나라들이 다시 대비책을 세우느라 고심중이다.
필자는 2016년 미 대선 기간, 그리고 2017년 1년간 주미 대사로 근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일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필자는 대선 기간부터 이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요직을 맡게 될 인사들을 식별하고, 이들에게 한미 양국은 안보·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 이익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였고, 이것이 어려운 시기에 한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선 기간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미국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미국을 이용할 뿐이라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 대폭 인상은 물론,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미 안보 협력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이 취해졌는데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한미 간 외교, 국방장관 회담 정례화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트럼프 1기 정부 인사들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7년 2월, 틸러슨 국무장관은 3월, 그리고 펜스 부통령은 4월 취임 초기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방한했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우리 외교·국방 장관과 만나 한미 동맹 발전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과시하였다.
황 대행은 트럼프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한 것을 비롯,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트럼프와 통화하여 정상 차원의 교류 채널을 적극 활용하였다. 이를 기초로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그리고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이뤄졌다.
반면 트럼프 2기 인사는 전문성보다는 충성심을 기준으로 이루어져 1기 때의 "어른의 축"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이해하는 루비오 국무장관,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국제적 전략 환경의 격변기에 동맹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아는 인사들이다.
경제·통상 문제와 관련,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힐러리가 체결한 최악의 FTA"라고 주장하였고, 취임하자마자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한국산 가전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그리고 급기야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하였다. 하나하나가 우리 업계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조치였다. 그러나 당시 탄핵 정국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러한 조치들을 잘 극복하였고, 그 기초 위에 한미 경제, 통상 관계가 계속 발전할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경제·통상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이 무역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 착안, 한미 간 교역 차이 축소를 위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에 노력하였다. 그래서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을뿐더러,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 기업 중 가장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음을 알리곤 하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던 로스 상무장관에게 한국 기업의 높은 임금 이야기를 하자, 로스 장관은 그 근거를 문의 하였고, 필자는 상무성 통계에 근거한 것임을 알려 주었다.
트럼프 제2기 출범을 맞이하여 많은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8년 전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2기 출범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그런 과정에서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력을 집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진정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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