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았던 대통령경호처가 평소에도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과하게 칭송하면서 ‘심기 경호’에 열중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처장으로 일하는 동안(2022년 5월~지난해 9월) 경호처가 정치색 짙은 ‘친윤 근위대’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경호처는 2023년 12월 18일 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에서 윤 대통령 헌정곡 음원을 틀었다고 한다. 가사 중에는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이라거나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준 대통령’ 등 낯 뜨거운 내용이 담겼다. 이날이 윤 대통령 생일이긴 했지만 국가기관 창설 의미를 되새겨야 할 장소에서, 칭찬·아부를 넘어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경배 의식이 이뤄진 것이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VIP'를 지키는 경호조직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개인적 존경심을 투영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도를 넘었다. “여러분은 친구 생일 축하도 안 하냐”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경호관의 충성 대상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직책이지 ‘윤석열’ 개인이 아니다. 당장 내일 대통령이 바뀌어도, 새 대통령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경호관의 숙명이다.
더구나 본보 보도를 보면 경호처 내 윤 대통령 추종 세력이 영장 집행에 협조한 경호관을 따돌리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정당한 공무집행에 수긍한 것을 ‘배신’으로 치부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시스템 대신 의리 등 개인적 요소에 휘둘린다는 얘기다. 이런 경호처 사유화 경향은 박정희 정부 시절 박종규·차지철이 경호실장이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경호처가 계속 독립 조직으로서 군경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1·21 사태(김신조), 육영수 여사 피살, 아웅산 묘역 폭파 등 대통령에 대한 실체적 위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처장하에서 사적 조직으로 일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만큼, 경호처 개혁의 필요성이 커졌다. 타 부처(재무부→국토안보부)가 대통령 경호를 맡은 미국, 경찰이 담당하는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사례를 연구해 대통령 경호조직 사유화를 막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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